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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업계, "관세 부과…미국도 부담 될 듯"

기사입력 2025-02-03 14:50:54
기사수정 2025-02-03 14: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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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광범위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한국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는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에 관세를 물려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앞으로 다가올 트럼프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관세 부과로 한국 반도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메모리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아직 별다른 생산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메모리는 한국과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과 한국에만 생산시설을 가동 중으로 미국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2027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멕시코, 캐나다, 한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시나리오 적용 결과,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하고, 이에 따른 국내 부가가치는 7조9000억~10조6000억원 줄어들 조짐이다.

 

무엇보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아래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던 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관세 영향을 받게 되면, IT·전자는 물론 자동차, 로봇 등 전방 산업으로 수요 침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감소 악순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효과가 파급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선 반도체 관세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60% 관세율 적용을 공언해 왔으나, 이번엔 10%포인트 인상에 그쳐 30%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일각에선 미중 간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이다.

만일 미중 간 전면적인 통상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데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관세 부과에 따른) 고통이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무역 보복 등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수출액(720억달러)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0.4%(3억달러)에 그친다. 한국의 메모리 수출 지역 중 11번째다.

 

반도체는 중국, 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수출 후 조립·가공을 거쳐, 다시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 트럼프 관세 영향을 논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