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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서 일하기 왜 안돼”… 李,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전향적 검토

기사입력 2025-02-03 18:59:47
기사수정 2025-02-03 21: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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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토론서 입장 선회 시사

“고소득 전문가 한해 유연성 공감”
결론 아직 못 냈지만 검토 입장

노동시간 연장 논외 지점선 언성
법안 반대 측에 내용 이해 묻기도
與 “李, 갑작스러운 우클릭” 비판
여야정, 4일 국정협의체 실무협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 적용에 대해 일부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예외에 관한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며 “저는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제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점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게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허정호 선임기자 

이 대표는 또 “반도체 산업이 발전해야 하고 발전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저도 나름대로 노동에 관심이 많고 노동법 공부도 꽤 했는데 저도 잘 모르겠다. 저도 아직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대한) 결론을 못 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안 요구 측과 법안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대표는 토론회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적극적으로 조율 발언을 하거나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시대의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응하며 추격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의 발언을 듣고는 표정을 굳힌 채 “대안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도입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 연장은 논외라는 대전제에 합의하는 지점에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인지 근로 유연화를 하자는 것인지 법안 요구 측에 질문한 뒤 “근로 유연화를 하자는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며 법안 반대 측에 이를 이해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대전제는 현재 법 제도상의 총 노동시간을 손대서 그걸 늘리자는 건 아니고 다만 연구·개발의 특성상 특정 시기·기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기의 최대한도를 풀자,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노동계도 그 점을 이해해달라. 그걸 의심해서 ‘총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거야’, ‘믿을 수 없어’ 이렇게 해버리면 대화가 안 된다”며 양측의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 대표가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율 적용 제외)에 대해 일부 전향적인 검토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갑작스러운 우클릭“, “말 바꾸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진정성을 보이려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특례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라고 압박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은 사사건건 반대했던 이 대표가 최근 들어 갑작스레 성장과 친기업을 내세우며 우클릭을 하고 있다”면서 “조변석개가 이 대표의 주특기라곤 하지만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니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말 바꾸기가 정말 진심이라면 2월 임시회에서 반도체특별법, 첨단에너지 3법부터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야는 4일 국회에서 국정협의체 실무협의를 연다.

 

지난달 9일 첫 실무협의 이후 중단됐던 논의가 약 한 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실무 협의에는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실무협의에서는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통상 이슈 대응 등에 대해서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유지혜·이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