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내란선동 혐의로 입건했다. 법조계에선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 목사의 발언과 서부지법 난동 간 연관성이 입증될지가 관건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내란선동·선전, 소요 등 혐의를 받는 전 목사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7명 규모의 ‘전광훈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전 목사의 구체적인 행적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던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대한민국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있다”며 “당장 서울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도 전 목사는 “이미 국민저항권이 발동된 상태”라며 “국민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 목사는 시민단체들로부터 10여건의 고발을 당했다.
전 목사의 내란선동 혐의와 관련해 경찰은 2015년 내란선동죄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례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혁명조직(RO)의 총책을 맡아 구체적인 실행 행위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내란선동’을 “내란이 실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피선동자들에게 내란행위를 결의, 실행하도록 충동하고 격려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내란을 실행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여도 단순히 특정한 정치적 사상이나 추상적인 원리를 옹호하거나 교시하는 것만으로는 내란선동이 될 수 없다“며 “그 내용이 내란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하는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피선동자의 구성 및 성향, 선동자와 피선동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선동자에게 내란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인정되어야만 내란선동으로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법원은 또 “선동 행위 당시의 객관적 상황, 발언 등의 장소와 기회, 표현 방식과 전체적 맥락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시기, 장소, 대상, 방식, 역할 분담 등 주요 내용이 선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선동당하는 사람이 실행 행위를 할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만 내란선동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거나 그 본질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전문가들은 전 목사의 내란선동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전 목사 발언의 구체성, 이번 사태와 연관성 등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행위를 저질렀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공동주거침입죄나 교사죄, 방조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예를 들어 ‘서부지법 건물을 손상시켜서라도 안으로 들어가라’처럼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전 목사의 발언이 추상적이고 비유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목사가 얼토당토않은 국민저항권을 이야기하면서 ‘서부지법으로 모이라’, ‘구치소에서 대통령을 데리고 오자’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이는 내란의 결의를 생기게 하거나, 내란 결의를 재차 촉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란선동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도 “전 목사가 지지자들에게 끼치는 상당한 영향력은 내란선동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오자는 발언 등도 내란을 선동하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