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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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 이틀 만에 선고기일 통지… 무리한 ‘속도전’ 도마에

기사입력 2025-02-04 06:00:00
기사수정 2025-02-03 21: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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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혁 임명 권한쟁의’ 쟁점들

선고 3일 전 상세 내용 제출 요구 논란
법조계 “사실관계 확정도 안 됐다” 비판

우원식 국회의장, 청구인에 ‘국회’ 표기
의결 안 거쳐 유효 여부 두고 논쟁 일어

與 “만장일치 결론위해 시간 벌기” 주장
野 “논란 여지없게 재판 진행 취지 보여”

헌법재판소가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10일로 연기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헌재는 ‘졸속 심리’라는 비판에도 한 차례 변론을 마친 뒤 국회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측에 선고기일을 통지할 정도로 속도전에 나섰다. 최 권한대행 측 추가 변론 요청은 기각하더니 사실관계를 파악하자며 자료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으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심판을 급하게 선고하려 했다는 비판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헌재가 논란의 여지 없는 ‘만장일치’ 결정을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헌재는 마 후보자 관련 재판에서 지난달 22일 1시간20여분에 걸쳐 한 차례 변론만을 진행했다. 변론 이틀 만인 24일에는 선고기일을 통지했다. 양당이 각자 후보자를 추천한 공문만으로는 합의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최 권한대행 측 주장에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해도, 제출된 서면과 증거 이상의 내용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날 변론과 증거만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던 헌재는 선고 3일을 앞둔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 측에 ‘양당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서 제출 경위’에 대한 상세 내용을 서면으로 당일 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 달 만에 접수된 사건을 변론 한 번 열고 선고하겠다 하고, 3일 뒤 선고하겠다고 예정해 두고선 피청구인 측에 사실관계 조회를 한다”며 “이는 사실관계 확정도 안 됐다는 의미다. 이런 재판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의 청구인 문제도 헌재 평의 과정에서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청구인을 국회, 자신은 ‘청구인 대표 대한민국 국회의장’이라고 표기했다. 이에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한을 다투는 권한쟁의재판에서 국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는 심판 청구가 유효한지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쟁이 일었다. 의장이 임의로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과 표결한 의원을 대표해 의장이 심판을 청구,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의장은 관례적으로 국회 사무를 감독하고 의사일정을 작성하는 ‘회의 진행자’에 가까웠는데,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의장이 사실상 국회를 대표할 수 있게 되는 등 위상과 권한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결정을 미룬 사유로 해석된다.

崔대행 수출기업 오찬회 모두 발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최 대행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회 측 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이와 관련, “헌재가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6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해, 이미 핵심적 주장을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했다”며 “향후 추가로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고 변론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양 변호사는 특정 소송 제기·응소와 관련해 국회 의결을 거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의사(議事·심의 또는 심의할 사항)는 헌법이나 국회법상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된 국회법을 들어 국회가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하거나 행위를 할 경우에는 본회의 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회 측은 헌재가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최 권한대행 측 변론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양 변호사는 통화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재판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추후 변론에서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위원장은 “다수 재판관이 소수 의견을 피력한 재판관에게 ‘만장일치 결론’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변론을 재개했다는 것은 만장일치 결론을 유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마 후보자 변론을 재개한 가운데 먼저 접수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우선 진행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박성재 법무장관 측은 이날 박 장관을 포함해 중앙 행정기관장들의 탄핵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촉구하고,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관련 심판을 먼저 심리하는 데 대해선 “정부기능 공백과 혼돈상태를 헌재 구성원 1인 공백보다 가벼이 취급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은 한 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진행하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시간 끌기라는 입장이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