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를 구성하고자 일선 경찰서에 형사 파견을 요청하면서 “경찰임이 티 나지 않게 사복으로 보내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체포조에 가담하기 위한 게 아닌, 길 안내 등 지원을 하는 차원에서 사복 차림을 주문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회가 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경찰 국수본이 ‘반국가세력 합동 체포조’ 편성에 가담한 정황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이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32분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체포할 목적으로 ‘경찰 100명과 호송차 20대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전창훈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에게 보고했다고 봤다.

이후 전 담당관은 김경규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군과 합동수사본부를 차려야 하는데, 국수본 자체적으로 인원이 안 되니 서울청 차원에서 수사관 100명, 차량 20대를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를 보고받은 임경우 서울청 수사부장은 광역수사단 수사대장 등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각 대별로 언제든 수사에 투입할 수 있도록 경감 이하 실 수사 인력 20명씩 명단을 정리하고 사무실에 대기시켜달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임 부장은 이튿날인 12월4일 오전 1시26분 광역수사단 소속 수사관 24명 등 104명이 기재된 ‘광역수사단 경감 이하 비상대기자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이 중 81명을 사무실에서 대기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조정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방첩사의 수사관·차량 지원 요청을 전하면서 “국회 주변 수사나 체포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며 “‘한동훈 체포조’ 5명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장은 윤 조정관으로부터 방첩사에 명단을 보내주라는 지시를 받고선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4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체포조 구성에 필요한 형사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계장은 “방첩사에서 국회에 체포조를 보낼 건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일 형사들이 필요하다”며 “경찰인 것 티 나지 않게 사복으로 보내고 5명의 이름,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해당 내용이 공개되자 국수본은 입장문을 내 해명에 나섰다. 국수본은 당시 형사들을 사복 차림으로 보내라는 지시는 조 경찰청장이 내린 것이며, 이는 “(체포조) 가담이 아니라 ‘길 안내’ 등 지원을 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수본은 그러면서 “통상 체포하러 갈 때 형사들은 ‘경찰’이라는 표시가 된 형사조끼를 착용하고 수갑과 장구를 챙기는 점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