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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 곧 회복될 것” 낙관적 전망에도…지갑 닫는 소비자들

기사입력 2025-02-04 07:54:25
기사수정 2025-02-04 0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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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영향 지속…고개 드는 물가 불안, 소비위축 가속화

“정치 불안, 성장 위축 등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려울 듯”

#1. 직장인 박모(38) 씨는 최근 들어 외식과 문화생활을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한 달에 두세 번 가족과 외식을 하고 주말마다 영화나 공연을 즐겼지만, 올해 들어서는 소비를 대폭 줄였다. 박 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외식 한 번에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며 "공연이나 영화도 예전처럼 부담 없이 보기 어려워졌다. 결국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OTT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 서울 강남에서 10년 넘게 레스토랑을 운영해온 김모(45) 씨는 "코로나19 때처럼 손님이 줄어드는 걸 다시 경험할 줄 몰랐다"며 "회식 예약도 예전보다 확 줄고 주말 저녁에도 빈자리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통해 내수가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 심리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고개를 드는 물가 불안이 소비 위축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서비스업 생산과 함께 내수 소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소비재별로는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소 폭도 2022년 -0.3%, 2023년 -1.4%에서 지난해 -2.2%로 확대되며, 2003년(-3.2%)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탓에 전월 대비 0.6% 감소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12월 소매판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의류, 문화생활, 외식 등 대면 활동과 관련한 소비 지출 의향이 4년 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준까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기 흐름을 결정할 민간 소비 회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의류비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1로, 지난해 12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하며 2021년 1월(90)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이어갔다. 외식비와 교양·오락·문화생활비 지출전망 CSI도 각각 89, 87로 보합세를 보이며 2021년 2월(88·8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3개 지출전망 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6포인트(p) 일제히 하락한 이후 한 달간 전체 소비지출전망 CSI가 소폭 개선(102→103)됐음에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출을 망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1년 초반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중증 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했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를 제외하면 가계가 소비에 나설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오랜 기간 내수를 억눌러 온 고금리는 한은이 지난해 10~11월 기준금리 인하를 연이어 단행하면서 한결 완화됐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의류, 문화생활, 외식 등 선택적 소비를 줄이고 있다. 오랜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설치된 예약 현황판 곳곳이 비어 있다. 뉴스1 자료사진

 

소비 심리 회복 여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연간 성장률(2.0%)을 기대보다 낮추는 요인이 됐다. 한은은 이에 대해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은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내 소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정치 불안으로 인한 성장 위축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유지하면서도 "소득 증가 정체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까지 민간 소비 회복세는 당초 전망보다 낮을 것"이라며 "상반기 경기 하강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소비 진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