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국보 울산 ‘반구천 암각화’의 침수·훼손을 막기 위해 새 식수원 찾기에 나섰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광역시 식수원인 울주군 대곡천 내 사연댐 저수 구역 안에 있다. 비가 오면 저수지 물이 불어나 수시로 침수돼 암각화 바위그림이 점점 희미해진다. 저수지 물을 빼기 위해 사연댐을 열게 되면 울산지역 생활 용수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울산시 측은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연댐을 열어 저수지 수위를 낮추고, 댐 개방에 따라 부족해진 생활용수는 새 식수원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울산지역 식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회야댐(1353만여t)을 리모델링해 댐 저장 용량을 2200여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하에 차수벽을 설치, 지하수를 저장하는 지하저류댐을 건설해 하루 8만t을 확보하고, 해수담수화(하루 5만5000t)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역 하천을 탐사해 적절한 장소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고, 경북지역 운문댐 물 공급 사업도 추진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루 최대 36만t의 맑을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구천 암각화의 침수·훼손은 고질적인 문제다. 울산시는 2000년부터 24년간 27차례에 걸쳐 용역비 80여억원이 들어간 반구천 암각화 보존 관련 용역을 추진했다. 암각화 보존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하면서 울산지역 식수원까지 함께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이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려면 사연댐 수위를 53m 이하로 조절해야 하는데, 그러면 울산지역 생활용수가 부족해진다.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1000t으로, 계획량 18만t과 비교하면 4만9000t이 줄어들게 된다. 대구 등 지자체에서 식수원을 받는 방법도 수차례 논의됐지만, 지자체별 의견이 달라 진척이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식수가 부족한 지역인데, 사연댐 수위까지 낮추면 물이 더 부족해져 2040년 기준 하루 평균 12만5000t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대곡천과 맞닿은 가로 8m, 세로 4m 정도의 평평한 바위 표면으로 된 국보 제285호 반구천 암각화가 있다. 1971년 발견된 이 바위그림은 귀신고래 등 그림 300여점이 새겨져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2021년 세계유산 우선 목록에 선정돼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