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보다 업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면서 비경력자의 정규직 취업 확률이 경력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대 때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취업 기간은 평균 2년, 평생 소득은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이 펴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이슈노트에 따르면 2017∼2021년 비경력자의 상용직(정규직) 취업 확률은 평균 1.4%로 경력자(2.7%)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2006∼2010년 평균 1.8%에서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확대한 데서 기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기업 신입직 채용 비중은 2009년 82.7%에서 2017년 69.1%, 2021년 62.4%까지 하락했다. 반면 채용 시 ‘직무관련 업무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은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늘었다.
경력 선호는 20대와 30대의 고용률 격차를 유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0·3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각각 34%와 51%인데, 경력 선호가 없다고 가정한 뒤 이를 역추산한 결과 두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는 경력 채용 확대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선호가 특히 비경력자가 많은 20대의 고용 상황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또 경력 선호는 사회초년생이 총 30년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생애 총 취업기간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어들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평생소득도 3억9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장수정 조사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산학협력프로그램·인턴십 등 비경력 청년을 위한 업무 경험 기회를 정부와 학교, 기업이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 입장에서도 중소기업 등에서 경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대기업·상용직을 선호하는 20대들의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일용직 간 이동이 단절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