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속속 ‘조기 대선’ 판에 뛰어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결심을 굳히는 등 후발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4일 전국 광역지자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선 출마 의사를 공표한 단체장은 홍준표 시장, 김영록 지사다. 이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홍준표 시장은 지난달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조기 대선에 출마하나’라는 질문에 “나간다”고 확언했다. 그는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나가나”라며 의지를 표현했다.
홍준표 시장은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다룰 사람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하고 맞짱뜰 사람도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영록 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광주전남 언론인들을 만나 대선 출마 질문에 “결심을 사실 굳혔다. 이제 어떻게 앞으로 어느 순간에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87년 체제도 이제는 새롭게 국가를 재창조해야 한다”며 “국가 재창조를 위해 정치를 대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당내 대권 주자인 이 대표와 대결에 대해선 “건전하게 서로 정책 대결을 하면, 그것이 민주당의 파이를 전체적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에서 민주당 이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출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2일 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명확히 답변하긴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선 서울시장을 지내며 쌓은 자신의 경험을 ‘공공재’라고 강조하며 “이런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동연 지사 역시 야권의 유력한 잠룡으로 꼽힌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동연 지사는 현재까지 명확히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탄핵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실상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김동연 지사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면서 “제대로 된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에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궐위 시 60일 안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행 공직선법상 공무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90일 전까지 그만둬야 하는데, 보궐선거의 경우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이에 따라 대선에 나설 단체장들은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광역단체장 입장에서 실제 완주하지 않더라도 대선에 출마해 체급을 키우면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후,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후 후보들의 출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