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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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쇼 찾은 교사들 “디지털 교육 관심 실감” [심층기획-에듀테크 박람회 벳쇼 르포]

기사입력 2025-02-05 06:00:00
기사수정 2025-02-05 15: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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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파견교사 800여명 현장 참관

“업계 흐름 직접 봐야” 교육부 의지 반영
전시장 곳곳 돌며 쉴새 없이 정보 수집
“AI 활용 디지털 교육 세계적 관심 체감”

올해 벳쇼 전시장에선 한국 교사들이 예년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행사가 열리는 사흘간 한국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서 파견한 교사만 800여명으로 집계됐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벳쇼에는 교육부에서만 140명의 교사가 파견됐다.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우수 선도교원 중 40명,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입상 교사 중 100명을 벳쇼에 보냈다. 지난해(40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교육부는 2023년 처음으로 차관 등 교육부 직원 10여명을 벳쇼에 파견한 데 이어 지난해부턴 교사도 보내고 있다. 이런 결정에는 해외 에듀테크 업계 흐름을 직접 봐야 한다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벳쇼는 최신 에듀테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디지털 기반 수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비해 각 교육청에서 파견한 교사까지 총 800명가량의 한국 교사가 벳쇼를 참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사들은 전시장 부스를 돌며 각사 제품을 체험하고 전문가 강연을 듣는 등 행사 기간 내내 바쁘게 움직이며 최신 에듀테크 흐름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배상우 교사(고교)는 “마이스터고라 학생들이 실용적인 학습에 관심이 많아 종이 교과서로만 수업하면 한계가 있어서 평소 다양한 에듀테크 제품을 수업에 활용하는 편”이라며 “한국에선 최신 에듀테크 제품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는데 벳쇼에서 평소 궁금했던 제품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꼭 써보고 싶은 제품을 발견했다”며 “한국에 가면 학교에 예산을 신청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교사들은 “디지털 교육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고 입을 모았다. 임석신 교사(초등)는 “현장에서 보니 세계적으로 AI 활용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체감된다”며 “한국에선 디지털 과몰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지만, 무조건 반대하거나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순기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재일 교사(초등)는 “기존 교실은 학생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데 AI 디지털교과서로 맞춤형 수업이 실현된다면 다양한 아이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현재 도입 방식과 공감대가 임계점에 닿지 않아 여러 논란이 나오지만 교육대전환 시대의 흐름을 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교육에서 정서적인 부분은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만큼 공동체 역량, 협업,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AI 디지털교과서가 해결해야 할 숙제 같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선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관건은 교사란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교사가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서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우선 교사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을 찾은 한 교사는 “지금은 쪽지시험만 봐도 채점하고 피드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평소 교사들이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도 “정책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이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며 “접근성이 편하고 사용이 쉬워야 교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런던=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