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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윤 대통령 진심으로 사과했더라면”…尹 면전서 직격

기사입력 2025-02-04 20:30:00
기사수정 2025-02-04 2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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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심리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증인신문이 진행된 이날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홍 전 차장에게 비상계엄 선포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5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경위를 물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메시지에서 “모시는 분(윤석열)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하루가 지난 12월4일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저는 두 가지가 걱정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첫째는 군이 철수했지만 군 내부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군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둘째, 이 사태는 여의도 일부 사람들만 아는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 계엄군이 철수하고 해제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없던 일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그래서 대통령을 돕고 싶었다. 그 당시로서는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느꼈던 심경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다만 김태효 차장이 이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말뜻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여인형 전 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체포자 명단을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당시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받아 적었고, 이를 흘려 쓴 글씨체를 보좌관에게 시켜 정서로 옮겨적게 시켰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명단에 적힌 인원에 대해선 “14명이든 16명이든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고 적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에 있는 부분들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서 14명, 16명 정도가 됐나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에 경찰 차벽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