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심리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증인신문이 진행된 이날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홍 전 차장에게 비상계엄 선포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5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경위를 물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메시지에서 “모시는 분(윤석열)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하루가 지난 12월4일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저는 두 가지가 걱정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첫째는 군이 철수했지만 군 내부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군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둘째, 이 사태는 여의도 일부 사람들만 아는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 계엄군이 철수하고 해제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없던 일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그래서 대통령을 돕고 싶었다. 그 당시로서는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느꼈던 심경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다만 김태효 차장이 이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말뜻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여인형 전 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체포자 명단을 듣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당시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받아 적었고, 이를 흘려 쓴 글씨체를 보좌관에게 시켜 정서로 옮겨적게 시켰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명단에 적힌 인원에 대해선 “14명이든 16명이든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고 적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에 있는 부분들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서 14명, 16명 정도가 됐나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