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증외상 전문의를 육성하는 수련센터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2014년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 필요성에 힘입어 센터가 설립된 지 11년 만이다. 의료계에선 가뜩이나 지원자가 없는 외상외과의 명맥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대구로병원은 4일 “정부 지원금이 올해부터 중단되면서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를 이달 말까지 운영 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 당한 석해균 선장을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치료해 살려내는 등 맹활약한 뒤 2014년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졌다. 정부가 연간 9억원의 예산을 센터에 지원하는 형식으로 고대구로병원에 외상외과 교육과 실습 센터가 들어섰다. 이후 수련센터를 거쳐간 외상외과 전문의는 20여명 수준이다.
병원 측은 “전문의를 육성하는 수련센터가 문을 닫는 것일 뿐 환자를 보는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계속 운영되는 만큼 혼란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 분위기는 다르다. 중증외상 전문의 교육에 구멍이 생겨 외상외과 자체가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다음달 이 수련센터에 오기로 했던 외과 전문의 2명도 외상외과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증외상 전문의의 경우 전공의 과정에서 외상을 전공하고, 이후 분과 전문의로 응급중환자외상외과를 선택해서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 외상외과 전문의는 “1년에 1∼2명 꼴이라고 해서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 1∼2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이 고되지만 보상은 적고 병원에서는 푸대접 받는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 큰 결심을 한 사람조차 수련이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외상외과 전문의는 “외상외과 특성상 정형·신경·흉부외과와 협업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외상전문의’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네트워크 역할을 하던 수련 센터의 소멸은 곧 외상외과의 ‘불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 모두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예산안이 국회 제출안보다 1655억원 줄어든 125조50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불가피하게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예산 지원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관련 예산 외에 별도로 센터 지원 예산안을 올렸지만 삭감됐다는 것이다. 복지부에서 별도로 올린 이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됐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부활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