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은 대구시, 경북 구미시와 인접한 도농복합 도시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풍성한 먹거리, 호국 문화가 공존해 농산물 6차산업 추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영남권 주민의 젖줄인 낙동강이 굽어 흐른다.
군은 지리적 이점을 백방 활용하고 있다. 비료와 살충제, 산림 벌채에 의존하는 대규모 단일 경작에서 벗어나 소규모 다품종 재배로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쌀 외에 참외와 포도, 딸기, 오이 등 과채농업과 원예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차별성을 두고자 친환경 재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농산물 가공품 생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부자 농촌을 만들기 위한 군의 노력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맛 기본, 친환경 덤”… 포도·오이 등도 각광
보통 참외 주산지를 떠올리면 성주군을 꼽지만 또 다른 참외 생산지가 있다. 바로 칠곡군으로 전국 참외 생산량의 10%를 생산한다. 5일 군에 따르면 칠곡에서 생산한 참외는 ‘벌꿀참외’라는 이름이 붙었다. 착과제를 이용하던 기존 수정방식을 탈피해 참외하우스에 꿀벌을 투입해 자연수정 방식으로 참외를 재배한다. 현재 450개 농가가 350㏊에서 매년 1만t의 참외를 생산해 3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참외 재배 환경 역시 한결 편리해질 전망이다. 참외는 덩굴이 땅에 바싹 붙은 상태로 자란다. 농부는 허리를 숙이고 쪼그린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해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다. 군은 지난해 도의 농업대전환 특화작목(참외) 들녘특구 시범운영 지구에 선정됐다. 참외 재배환경 개선을 위해 2년간 사업비 10억원을 확보한 것이다.
칠곡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참외재배에 참 많은 어려움이 있던 한 해였다”면서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에서 개발한 참외 포복형 수경 재배와 담배가루이 스마트 포획기 신기술을 적용한 특화 모델 등을 구축해 농경지에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포도는 칠곡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다. 현재 100개 농가가 60㏊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일교차가 큰 왜관읍과 지천면 일원에서 많이 생산되며 진흙땅에서 재배해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하우스를 이용해 연중재배가 가능한 오이 역시 대표 특산물이다. 60개 농가가 22㏊의 낙동강변 기름진 토양에서 유기농법으로 생산해 겨울에도 신선한 오이를 공급할 수 있다. 칠곡에서 생산한 딸기는 달콤함을 자랑한다. 약목면과 지천면 일대에서 스마트팜 재배를 통해 딸기에 최적화된 환경 관리로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특별한 달걀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솔란이다. 왜관읍 삼청리에서 닭에게 솔잎을 첨가한 사료를 먹여 생산한 달걀인데 비린 맛이 없고 고소한 맛을 낸다. 솔란의 생산 과정은 먼저 솔잎을 채취해 찐 다음 그늘에서 건조한다. 이후 건조한 솔잎을 분말로 만든 후 사료에 혼합해 닭에게 준다. 솔잎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이 바로 솔란이다. 솔란은 일반 달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농가 소득에 기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한 달 생산량은 약 3000판이다. 고급 달걀에 대한 선호가 증가 추세여서 생산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도농복합 이점 살려 농산물 가공품 생산 주력
지리적으로 대도시와 맞닿아 있는 군은 편리한 교통에 부가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농산물 가공품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칠칠곡곡’은 농산물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2017년 설립한 칠칠곡곡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브랜드다. 현재 출시된 제품으로는 가정간편식인 건조 밥나물과 어린이 간식으로 인기인 동결건조 과일칩, 원재료의 맛을 살린 과일잼, 참외 분말과 꿀이 첨가된 꿀참외국수 등 28개 품목이 있다.
칠칠곡곡은 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만들고 화학첨가제와 색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고향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가장 좋은 원료로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답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칠칠곡곡은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개최한 가공상품 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네이버와 우체국 쇼핑몰, 하나로마트 등에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군이 만든 건강한 잼은 별미다. 고구마잼은 칠곡에서 생산한 고구마와 사과를 갈아넣어 만든 잼으로, 퍽퍽한 고구마에 사과를 적당한 비율로 첨가해 발림성을 좋게 했다. 여기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넣어 기존 잼에 비해 단맛을 줄였고 원재료 함량을 올려 영양을 극대화했다. 달콤한 고구마와 상큼한 사과의 색다른 조화를 느낄 수 있다.
‘ABC잼’은 국내산 사과를 통째로 갈아넣고 비트와 당근을 생으로 착즙해 만들었다. 농축이나 희석 없이 원물 그대로를 살려 맛과 영양을 한 번에 담았다. 무색소·무향료·무방부제 건강 잼으로 사과와 비트, 당근의 영양분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꿀참외국수는 특산물인 꿀과 동결건조한 참외 분말이 들어간 국수로 고급 소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고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농산물 가공품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 “‘칠곡할매’ 등 특산물 브랜드화 살고싶은 ‘부자 농촌’ 만들 것”
“농업 경쟁력을 강화해 부자 농촌을 만들겠습니다.”
김재욱(사진) 경북 칠곡군수는 “농산물 공동 집하장 운영과 외식업계 지역 생산 식재료 공급 시범사업을 통해 개별 농가의 물류비를 줄이고 유통 마진이 없는 공급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부자 농촌 만들기는 올해 칠곡군의 주요 군정 목표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칠곡 주민의 9135명(9.9%)은 농업 종사자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10명 중 1명은 농업으로 먹고산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군은 ‘부자 농촌이 곧 칠곡의 경쟁력’이라고 보고 농산물 품질 고급화와 다채로운 판로 구축에 나선다. 김 군수는 수직재배 실증 연구와 농식품 상품화, 농촌인력 지원사업 등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농업 경쟁력을 높여 ‘돈 버는 농업’, ‘잘사는 농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군수는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수직형 스마트팜 조성으로 칠곡형 첨단농장 확산 모델을 구축하고 유용 미생물 생산시설인 미래농업 복합지원센터를 마련해 친환경 농업과 우수 농산물 재배 기반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군은 올해 새로운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건강담은 칠곡할매’를 선보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공동브랜드 개발은 김 군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평균 연령 85세의 칠곡할매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를 칠곡 농산물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다.
군은 참외와 딸기, 오이, 사과 등의 농산물을 건강담은 칠곡할매 캐릭터가 그려진 포장상자에 담아 대도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강담은 칠곡할매를 알리기 위해 에코백과 볼펜, 물병, 병따개 등의 굿즈는 물론 수니와칠공주 할머니가 직접 작성한 가사로 만든 랩 홍보 영상과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을 선보인다.
김 군수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칠곡 할머니들을 주제로 농산물 브랜드를 선보임으로써 지역의 특색 있는 맛과 차별화한 이미지를 동시에 선사할 것”이라며 “건강담은 칠곡할매는 관광 자원화와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이 고되고 힘들어 자식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달라진 농업의 위상을 보이기 위해 고심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해 6월 군정 만족도 조사에서 군민 80.2%가 ‘칠곡군에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면서 “앞으로도 누구나 살고 싶은 매력적인 칠곡을 만들기 위해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군민의 소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열린 행정을 펼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