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무려 1만2253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관련 법 시행 이후 역대 최다로 제 2, 제 3의 오요안나 씨와 같은 불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접수는 1만2253건으로 나타났다.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2130건을 시작으로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3년 1만1038건 △2024년 1만225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업무 일수가 246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50건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측은 이를 인지한 즉시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이라는 점 때문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특고) 등 계약 형태가 근로자가 아닌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역시 오씨가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최근 MBC에서 발생한 오 기상캐스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본질은 사측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 의무를 취하지 않는 데 있다"며 "피해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등에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생활고를 겪던 지인을 도와줬다는 보도가 5일 나왔다.
요안나 씨는 본인도 힘든 상황에서 지인에게 “힘내”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YTN에 따르면 고인은 생을 마감하기 전인 지난해 9월 15일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안나 씨는 "열심히 살아라, 힘내라"고 지인을 응원하며 수중에 있던 20만원을 보냇다.
고인의 유족은 "오요안나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인은 꿈을 위해 상경한 젊은 청년"이라고 전했다. 고인이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생활고를 겪던 지인을 돕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상캐스터 선배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들의 진정에 대해 MBC가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고발인은 지난달 29일 근로기준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MBC와 부서 책임자, 동료 기상캐스터 2명을 고발했다.
고발인은 "MBC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즉각적이고 철저한 조사 및 피해자 보호조치를 이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오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지난달 27일 한 언론을 통해 오씨가 작성한 유서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이후 오씨 유족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인이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통화 녹음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그 후 유족 측이 “오요안나가 자신이 겪은 피해를 MBC 관계자 4명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음 파일이 있다”고 밝히면서 의혹이 한층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