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17곳 중 8곳이 몰려 있는 제주도 카지노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면서 타 지역 카지노업장과 비교해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카지노 8곳의 총매출액은 4605억원(잠정)으로, 전년(2579억원) 대비 78.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드림타워 카지노의 매출이 2946억원으로, 도내 전체 매출의 64%에 이른다. 전체 카지노 매출액은 8곳 중 4군데에 집중했다. 나머지 4곳은 수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실제 2023년 제주 카지노 매출액(2579억원) 중 드림타워 카지노는 1896억원(73.5%)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A카지노 258억원(10.0%), B카지노 232억원(9.0%), C카지노 148억원(5.7%) 등 카지도 4곳이 전체 매출의 98.3%를 차지한다. 나머지 4군데 카지노 매출은 2억원에서 21억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곳은 최근 호텔 리모델링 공사로 실제 휴업했다. 8곳 중 4곳만 24시간 운영하고, 2곳은 하루 8시간, 나머지 1곳은 16시간만 개장하고 있다.
제주 카지노 총매출액은 2018년 511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903억원, 2020년 692억원, 2021년 488억원, 2022년 807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든 2023년 2579억원, 2024년 4605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타 지역 대형 카지노보다 매출과 영업능력이 뒤처지고 있다. 2023년 제주 카지노 8곳의 매출액은 육지부 외국인전용 카지노 9곳의 매출액(1조1499억원)의 22.4% 수준에 불과했다.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강원랜드의 지난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1조4740억원으로, 제주 8개 카지노 총매출액은 강원랜드 분기 매출에 불과하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2023년 카지노 입장객 수는 육지부 외국인전용 카지노 165만9846명, 강원랜드 241만3082명인 반면 제주는 40만7245명에 불과했다.
도내 8곳 카지노의 전체 영업장 면적은 1만8869㎡로 인천 영종도에 초대형 복합리조트를 갖춘 인스파이어 카지노(1만4372㎡) 1곳 면적과 비슷해 카지노업계에서는 제주 업장을 ‘구멍가게’에 비유하고 있다. 실제 랜딩카지노(5641㎡)와 드림타워카지노(5529㎡)를 제외하면 6곳의 영업장 면적이 865㎡∼1604㎡에 불과하다.
드림타워를 제외한 도내 카지노업계가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영업은 물론 고용 불안도 지속하고 있다. 도내 카지노 종사자는 2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드림타워가 1300여명이다. 도내 대형 카지노 2∼3곳만 살아남는 구조다.
행정상으로만 정상영업일 뿐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셈이다. 제주지역 카지노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폐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폐업 후 재허가를 받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버티면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어서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 모 카지노업장 관계자는 “VIP고객과 매출이 떨어지다 보니 딜러들이 타 업종으로 전직하거나 인천·서울 대형 업장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감독기관인 제주도는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카지노에 대해 처분할 근거가 없는 탓에 손을 놓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지노 업계 “관광진흥기금 산정, 모집인 수수료 매출 제외해야”
카지노 매출은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과 연결된다.
제주관광진흥기금은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아 신설한 제주도 자체 기금이다.
주요 재원은 도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액과 출국납부금, 기금 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금이다.

이 가운데 카지노 매출액에서 발생하는 기금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제주도는 카지노 업체의 매출액 구간에 따라 매년 1∼10%의 제주관광진흥기금을 부과하고 있다. 관광진흥기금은 도내 관광사업체에 저리로 융자를 지원하고, 관광마케팅 사업 등을 하는 데 사용된다.
올해 4월 매출액이 확정되면 카지노 업계가 제주도에 관광진흥기금으로 낼 금액은 433억원으로 예상된다. 카지노 업계가 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2019년 471억원에서 2020년 152억원, 2021년 48억원, 2022년 36억원으로 급락했다가 2023년 67억원, 2024년 233억원, 2025년 433억원(예상)으로 올랐다.
카지노 업계는 이 기금 납부액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는 현재 전문모집인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총매출액에 포함시켜 기금을 부과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2017년 업체별 무분별한 수수료 지급을 막고 매출 조작을 차단하기 위해 전문 모집인의 수수료를 매출액에 포함한 바 있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카지노업계의 경우 문화관광체육부의 카지노 영업준칙에 따라 전문모집인에 지불하는 대가(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액에서 관광진흥기금 10%를 포함한 15.2%의 카지노세를 납부하고 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당시 전문모집인 수수료를 포함시킨 도내 카지노 기금 납부액은 151억원이지만, 수수료를 제외할 경우 93억원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도내 카지노업계에서는 카지노 VIP 고객 유치가 전문모집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제주만 유독 전문모집인 수수료를 매출액에 포함시키면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더 많은 관광진흥기금을 납부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경쟁력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카지노 산업을 사행산업이 아닌 관광산업으로 보고 지역 핵심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방문객 증가세와 맞물려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향후 도민사회와 상생 발전하고, 건전한 관광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달 12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도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도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지노가 제주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 25.7%가 긍정적, 28.6%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카지노 총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36.5%가 ‘부족하다’, 29.0%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