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마지막날이면 어김없이 검정색 바지에 붉은 셔츠를 입고 필드에 나선다. 그가 전성기이던 2005∼2006 시즌 15개 대회에 출전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과 디 오픈 포함 7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6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필드를 완전히 장악하자 경쟁자들은 ‘붉은 셔츠의 공포’에 덜덜 떨어야 했다. 이런 옷차림은 우즈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그의 모친 쿨티다 우즈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우즈 골프인생의 든든한 조력자이던 쿨티다가 4일(현지시간) 향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우즈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이른 아침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너무 슬프다. 어머니는 그 자체로 엄청난 분이셨고 그 정신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며 “그녀는 손재주가 많고 웃음이 많으셨다”고 회상했다. 우즈는 이어 “어머니는 나의 가장 큰 팬이자 지지자셨다”며 “어머니가 없었다면 나의 개인적인 성취는 그 어느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슬픔을 전했다. 쿨티다의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소파이센터에서 아들의 스크린 골프 리그(TGL) 경기를 관람할 정도로 거동이 가능했었다. 우즈의 부친 얼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태국 출신 쿨티다는 우즈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우즈는 지난해 3월 미국골프협회(USGA)가 뛰어난 스포츠맨십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밥 존스 어워드’ 수상 연설에서 모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투어를 다닐 때 아버지가 중심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집에서는 어머니가 모든 걸 책임지고 계셨다”며 “어머니는 나의 인생 내내 항상 함께해 주셨고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늘 내 곁에 계셨다”고 말했다. 우즈는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셔츠를 입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어머니가 유소년 대회에 데려다주셨고 강인함과 승부 근성을 심어주셨다”며 “경기에서 붉은색을 ‘파워 컬러(power color)’로 사용하라는 아이디어를 준 것도 어머니”라고 설명했다.


우즈는 PGA 투어 최다우승 타이기록인 통산 82승을 달성했고 이중 메이저 대회 우승은 15승이다. 이런 우즈의 역사적인 우승의 순간마다 쿨티다는 늘 함께 했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18번 홀에서 아들의 우승 순간을 지켜봤다. 특히 우즈가 2019년 마스터스에서 11년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작성하며 긴 부진의 터널에 벗어나자 22년 전처럼 그린 옆에서 우즈와 우승의 감동을 함께 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이 설립한 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쿨티다의 별세를 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는 더 푸른 페어웨이로 떠났다”며 “쿨티다는 타이거에게 놀라운 영향을 미쳤고 타이거에게 많은 강인함과 탁월함을 부여했다”고 적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우즈와 함께 골프를 치고 우즈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등 우즈와 가깝게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