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전북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성과는 PRRS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양돈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전북대에 따르면 수의과대학 김원일 교수 연구팀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중앙대학교 김준모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PRRS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른 호흡기 감염 경로 차이를 규명했다.

PRRS 바이러스는 돼지에서 번식 장애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폐사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양돈 업계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겪고 있다. 특히,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연구팀은 PRRS로 인한 피해액이 매년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액이 매년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는 PRRS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른 감염 경로의 차이를 규명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4주령 돼지에 병원성 수준이 다른 PRRS 바이러스를 접종해 임상 증상과 기관지 내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고 면역 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폐포 대식세포를 빠르게 감염시키고 면역세포를 감소시켜 간질성 폐렴을 일으키지만, 중·저 병원성 바이러스는 비교적 완만한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된 대식세포가 비감염 대식세포를 감염시키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로도 밝혀냈다.
PRRS 바이러스는 변이율이 높고 다양한 병원성을 지니고 있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다양한 병원성을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일 교수는 “학연 간 꾸준한 협력을 통해 PRRS 바이러스 감염을 제어할 중요한 기술적 발판을 마련했다”며 “PRRS 바이러스 억제제를 상용화화 하면 양돈업계의 경제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윤호백 동물유전체과장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 간 협력을 통해 PRRS 바이러스 감염 피해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의 병원성 메커니즘과 폐 회복에 대한 잠재적 기전을 밝혀낸 것으로 평가받으며, 전북대 김승채 박사과정생을 제1저자로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커뮤티게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