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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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채로운 하나되기

기사입력 2025-02-05 23:22:58
기사수정 2025-02-06 02: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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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자로편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구절이 있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군자는 서로 화합하되 같아지지는 않고, 소인은 같아지되 화합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군자의 태도가 ‘화(和)’와 ‘부동(不同)’에 있다고 강조한다. ‘화’는 함께 어울리는 조화를 의미하며, ‘부동’은 다름을 긍정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정치철학에서 논의되는 다문화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기원전에 쓰인 동아시아 고전 ‘논어’에서 우리가 오늘날 ‘다문화주의’라 부르는 사상의 핵심을 이미 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놀랍다.

다문화주의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문화주의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포용하며 함께 공존하는 데 있다. 다문화주의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지향점은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상호 존중과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문화주의는 새로운 무엇이라기보다 민주주의의 한 측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다문화주의가 모든 다양성을 무조건 포용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적 가치를 거부하거나 훼손하는 다양성은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으로 결코 수용될 수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어젠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지 약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름’이 드러나는 기회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다름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다름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증가하는 다양성에 걸맞은 화합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을까? 화합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다름은 종종 크고 작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갈등을 눈감거나 회피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이것을 다문화주의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갈등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화합의 모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다문화주의이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공자가 2500년 전에 강조한 ‘화이부동’의 정신을 2025년 한국 사회에서 재조명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얼마나 ‘동이불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정치적 리더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열린 자세를 가질 때 다양성은 사회적 자산이 된다. 다문화 사회는 곧 다양성과 통합성이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 사회임을 잊지 말자.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