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한껏 무르익었다. 시장이나 마트 매대 위, 빵집의 케이크와 카페의 디저트 사이, 사람들 손에 들린 음료들에서 빨간 맛과 달콤한 향을 풍기며 ‘겨울철 대표 과일’이라는 왕관을 지키는 중이다.
원래 딸기는 대부분 밖에서 키웠기에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만 잠깐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설 재배가 주를 이루며 겨울이 제철이 됐다. 우리가 혹한의 날씨에도 빨갛고 단단하게 익은 싱싱한 딸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시설원예의 발전 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시설원예는 스마트팜 기술이 접목되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 특성 때문에 겨울이 되면 시설원예 농가들은 고민이 많다. 난방비 때문이다. 작물에 따라 다르나 온실 한 동에 들어가는 겨울철 난방비는 몇백만원 이상이다. 겨울철 온실 난방비는 시설원예 경영비의 20~30%를 차지해 농가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온실 난방비를 줄이고 작물 재배환경을 좋게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온실의 보온력을 높이는 것이다. 겨울철 온실 겉면으로 새어 나가는 열을 줄이기 위해 많은 시설원예 농가가 다겹보온커튼을 사용 중이다.
이 다겹보온커튼은 보온이 잘되고 탄력이 좋은 화학솜과 폴리에틸렌(PE)폼 등을 여러 겹 누벼서 만들기 때문에 온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잘 막아준다.
그러나 화학솜은 겨울철 야간에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해 보온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솜에 흡수됐던 수분이 물방울 형태로 작물에 떨어져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작물의 생장을 멈추는 ‘순멎이’ 현상을 일으킨다. 폴리에틸렌폼은 투습성이 매우 낮아 온실 내부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잘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18년 얇으면서 보온력은 우수하고 통기성까지 갖춰 온실 내부 과습 문제를 해결할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했다. 에어로겔은 매우 가볍고 단열성이 우수해 방위산업, 항공분야 등에서 활용하는 신소재다.
부직포에 에어로겔 12%를 흡수시켜 다섯 겹으로 제작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의 효과는 매우 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57개 농가에 이 기술을 시범 적용했더니 기존 보온커튼보다 난방비가 15~20% 줄었다. 신기술 보급사업 참여 농가 중 한 딸기 농가는 1년 난방비를 400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신소재가 적용되었기에 설치비는 기존 다겹보온커튼보다 약 8% 비싸다. 그러나 줄어든 난방비로 금세 추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농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사업 시행지침 ‘에너지절감 시설 지원단가표’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이 포함되도록 했다. 이로써 농업인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작물, 특히 시설에서 자라는 채소는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전 세계가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더 나은 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는 지금, 시설원예에선 난방비 절감 기술이 선결되어야 한다. 농가 난방비 절감과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그리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의 보급에 속도를 낼 때다.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