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이민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교육시설이 무차별 총격을 받았다. 10여명이 숨졌고 스웨덴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참극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후 12시 30분쯤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외레브로 지역에 있는 교육시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1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잠정 발표했다. 숨진 범인도 사망자 집계에 포함됐다. 당국은 교내 곳곳을 돌며 추가 사상자가 있는지 파악 중인 만큼, 사상자 숫자는 유동적이다.

현장에 있던 54세 교사는 “누군가 교실 문을 열고 다들 나가라고 소리쳤다”며 “우리 반 학생 15명을 모두 데리고 복도로 나간 뒤 달리기 시작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때 총성 세 발을 들었지만 가까스로 피해 현관까지 갔다”며 “사람들이 부상자를 하나둘씩 끌고나왔다.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교육시설은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초·중학교 교육을 비롯해 이민자 대상 스웨덴어 수업과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학교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대다수 학생이 이주민 출신으로, 기초교육부터 언어, 직업교육 등을 받기 위해 이 시설을 찾는다. 약 2000명을 수용하는 규모의 교육센터다. 마침 이날 학교에서 국가 공인 시험이 치러져 다수 학생이 일찍 하교하고 적은 수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교사는 대략 10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현지 방송에 말했다. 그는 아비규환 속에 학생들은 인근 건물로 피신했고 침입자를 막으려 방어막을 쌓았다고도 진술했다. 28세인 한 학생은 건물에서 “세 발의 총성을 들었고 비명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스웨덴 공영방송사 SVT에 “학교 운동장에 있었는데 근처에서 총소리가 많이 들렸다. ‘달려, 달려’라고 소리쳤고, 목숨을 걸고 달려갔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는 즉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테러와 연관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단독 범행인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경찰은 “아직 수사 초기단계”라며 “동기에 대해 말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스웨덴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에 매우 고통스러운 날”이라며 “평범한 학교에서 하루가 한순간에 공포의 순간이 된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이날 사건을 스웨덴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로 지목했다. 스웨덴 당국 집계로는 2010∼2022년 7건의 교내 총격으로 총 10명이 사망했다.
스웨덴은 이민자 수용에 열린 정책을 펴며 이민자 통합 정책에 힘을 쏟아온 대표적 국가다. 또 높은 생활수준과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가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총격사건이 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22년엔 총격사건이 391건이나 발생해 가장 많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해로 기록됐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도 교민과 여행객들에게 지난달 초 “최근 스웨덴 내 조직범죄단의 총기 및 폭발물 사고가 빈발하고, 스웨덴 내 테러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재외국민 신변을 상시적으로 유의해야 한다”며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공지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유럽 전역에 확산하고 있는 이민자 혐오나 극우화 현상이 스웨덴에서도 예외없이 확산하기 시작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조직범죄가 늘었는데 일각에서 이민자 유입에 따른 현상으로 지목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범행 동기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총격을 받은 곳이 이민자들이 다수 교육을 받는 곳인 만큼 스웨덴 사회의 우려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총격 사건은 스칸디나비아 전역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어 “스웨덴 학교에서 총격 사건은 드물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스웨덴에서 폭력 범죄가 증가했다. 스웨덴 국가범죄예방위원회는 올해 살인율이 유럽연합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 “오늘 외레브로에서 발생한 사건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그러한 폭력과 테러는 우리 사회, 적어도 학교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