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연승 무적행진’보다 ‘경민대 불패’의 기운이 더 셌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독주하던 현대캐피탈에 제동을 걸었다.
KB손해보험은 5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스페인 폭격기’ 비예나의 ‘원맨쇼’를 앞세워 3-0(25-18 25-20 25-21)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4연승을 달린 3위 KB손해보험은 승점 44(16승10패)가 되며 2위 대한항공(승점 49, 16승9패)와의 승점 차를 줄이며 2위 도약의 희망을 키웠다.
반면 자신들이 세웠던 V리그 남녀부 역대 최다연승(현대캐피탈 2015~2016시즌 18연승)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노리던 현대캐피탈은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역대 최다연승 2위(16연승) 기록을 작성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KB손해보험은 근 2년간 현대캐피탈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 2023~2024시즌 6전 전패를 비롯해 올 시즌에도 네 번 만나 모두 패하는 등 현대캐피탈전 10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현대캐피탈전 마지막 승리는 2022~2023시즌 6라운드 맞대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의 ‘경민대 불패’ 기운이 더 강했다. 홈으로 쓰던 의정부체육관의 안전상의 문제로 연고지 내 경민대 체육관을 임시 홈구장으로 쓰는 KB손해보험은 이날 경기 전까지 경민대에서 치른 6경기를 모두 이겼고, 이날도 시종일관 현대캐피탈을 밀어붙인 끝에 694일 만에 천적관계를 청산했다. 현대캐피탈의 연승 행진을 끊어버렸기에 승리의 기쁨은 더욱 컸다.
승리의 원동력은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는 레오-허수봉의 ‘쌍포’의 예봉을 조기에 무디게 만든 강서브였다. KB손해보험의 이날 서브득점은 단 4개에 불과했지만, 목적타 서브를 두 선수에게 집중해 공격 리듬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허수봉의 리시브 효율은 9.09%(3/11, 2개 범실)에 불과했고, 레오도 29.63%(8/27)에 그쳤다. 특히 팀 전체 리시브의 절반 가까이를 받아낸 레오는 공격까지 덩달아 흔들리며 단 10점(공격 성공률 37.5%)에 그쳤다. 허수봉이 3세트에만 9점을 집중시키며 14점(공격 성공률 52%)으로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KB손해보험도 팀 리시브 효율이 19.57%로 크게 흔들렸다. 현대캐피탈(22.03%)보다 더 좋지 않은 수치였다.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예나가 이단 토스로 올라온 오픈 공격을 모조리 성공시켜줬기 때문이다. 이날 비예나는 무려 70.59%의 공격 성공률로 26점을 폭발시켰다. 이날만큼은 역대 최고의 외인이라 꼽히는 레오를 비예나가 압도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