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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檢 폭주 멈춰달라’는 미끼였나…李 “당원들이 책임 물으리라 봤다”

기사입력 2025-03-07 09:28:45
기사수정 2025-03-07 09: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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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유튜브 ‘매불쇼’에서 “개인적 감정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매불쇼’ 영상 캡처

 

2023년 9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부결 호소’ 글은 사실상 당내 분열 유발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나와 “(국회에서) 가결해 넘어오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내가 (가결을) 요구해서 국회에서 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부결(해달라고) 해서 가결 되면 (법원에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당시에) 부결해달라고 말하면서도 가결이 될 것을 각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2023년 9월20일, SNS에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 세워 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배임죄는 자유 시장 경제 질서를 천명한 헌법에 반한다”며, “대북송금은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며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면서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우고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다만, 이 대표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 가결과 함께 민주당에서 약 30명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석까지 나왔고, 일부는 ‘찬성표’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도 보였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200억원 배임),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800만달러 뇌물) 등의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보다 앞서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등으로도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지만, 같은해 2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23년 9월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부결 호소’ 글의 일부.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유튜브에서 “만약 ‘가결해달라’고 해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그 (표의) 규모가 드러나지 않지만, (부결해달라고 한 뒤) 가결되면 그 규모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진 ‘드러나면 뭘 하려고 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면서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과 암거래를 하는 집단이 살아있다면 당이 뭐가 되겠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계속해서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감수하고서도 부결을 요청해 ‘가결 동의자’를 최소화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당원과 국민이 책임을 물으리라고 봤다”며 “(당시에) 그것을 상의한 사람들이 있었고, 향후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민주적 정당”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유튜브에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과 짜고 벌인 짓 아니겠냐는 증거 없는 추측까지도 내놓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그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폈고, 비명계 의원들은 ‘악수 중의 악수’라며 이 대표가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고 쏘아붙였다.

 

심지어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오랜 친구인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마저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며 “이것 때문에 서운하거나 상처받은 의원님들이 계시다면 제가 대신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