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포기하지 말라”는 손흥민의 손 편지에… 혈액암 이겨낸 ‘축구 꿈나무’

기사입력 2025-03-08 00:05:30
기사수정 2025-03-08 00:05:29
+ -

혈액암을 이겨낸 ‘축구 꿈나무’가 힘겨운 투병 생활을 마치고 첫 주전선수로 경기장에서 뛰게 됐다. 

 

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마장중학교 3학년 강민재 선수는 올해 리그 첫 경기인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주전 선수로 선발됐다.

 

민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축구에 재능을 보이면서 5학년이던 2021년 2월 수원FC 유소년팀에 입단하였다.

 

공격수로 활약하며 꿈을 키워가던 중 같은 해 6월, 민재의 목에서 작은 혹이 발견됐다. 집 근처 병원에서 림프샘이 부었다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갑자기 호흡곤란이 찾아와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찾았고, 혈액암 중 하나인 'T-세포 림프모구성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갑자기 시작된 투병생활. 항암치료 과정에서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좋아하는 축구를 앞으로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머리를 다 밀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에도 민재는 축구 전지훈련 중인 친구들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렸다. 

2021년 처음 혈액암을 진단받고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민재 모습.

항암치료 중 2023년 1월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치료 기간 중 몸의 근육이 다 빠져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5분 정도 겨우 경기를 뛰고 나면 벤치를 지켰다.

 

축구를 향한 꿈은 민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됐다. 민재의 소식을 접한 손흥민이 응원 편지와 함께 유니폼을 선물했고, 구단은 얼른 낫고 언제든 돌아오라고 따뜻하게 격려했다. 민재는 결국 3년여 만인 지난해 7월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재욱 교수 (주치의‧소아혈액종양센터장)는 “힘든 항암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좋아하는 운동을 해서 기쁘며, 앞으로도 원하는 축구를 건강하게 잘해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지난 2024년 치료를 종결하고 건강을 되찾아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민재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민재의 보호자는 “큰 대회 출전 시 항암제로 인해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어지럽고 매우 아파 힘들어하면서도,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좋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며 “민재가 경기에 다시 뛸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병원 의료진, 학교와 구단 관계자분과 친구들을 비롯해 민재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큰 힘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 손흥민을 제일 좋아한다는 민재는 “손흥민 선수가 힘든 치료를 이겨낸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라고 직접 손 편지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되어서, 제가 아팠을 때 도와주셨던 모든 분에게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라고 경기를 준비하는 소감을 전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