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첫 대면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안보실장 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 수립 및 이행 과정에서 공조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측이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12·3 계엄 사태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양국 정부 간 소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반가운 소식이다.

신 실장은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미국 선박에 대한 한국 조선소의 유지·보수·정비(MRO), 미국 조선소에 대한 한국의 투자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 NSC에서 조선산업 관련 팀을 운용하고, 우리 대통령실도 전담팀(TF)을 가동해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백악관과 대통령실 차원에서 양국 조선산업의 협력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고,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은 이달 말로 알려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방한 때 양국 군함 건조 및 MRO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가시적인 협력 방안까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미국이 최근 한국 정부에 올해 미 해군 군함에 대한 MRO를 국내 조선업체에 맡기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된 군함은 미 해군 해양조사선, 해양감시선 등 비전투함 수척이다. 미 해군부는 한·미 MRO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올해 최대 10척의 군함을 국내 조선업체에 맡길 수 있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한다. 미 해군의 MRO 사업 규모는 연간 20조 원에 달한다. 이 사업을 수주해 선점하는 것만으로도 K-방산이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통상 압박 공포감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동맹도 인정하지 않고 관세를 때린다. 필요하다면 잠재적 적국과도 교류한다. 20세기 세계질서의 출발점이며,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1941년 ‘대서양 헌장’은 휴짓조각이 될 처지다. 미국이 정의롭고 올바른 국가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 기조는 지난 5일 워싱턴 연방의사당 연설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상외교가 마비된 우리로선 부담이 작지 않다. 맞서려면 우리가 가진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세계 최고수준의 조선 기술력이다. 향후 한·미 간 함정 건조 동맹이 맺어진다면 미국의 통상 및 안보 비용 요구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덤이다. 정부·지자체의 빈틈없는 지원과 조선업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도 더는 지체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