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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감동 손편지에…혈액암 이겨낸 ‘축구 꿈나무’

기사입력 2025-03-08 10:36:56
기사수정 2025-03-08 10: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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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혈액암 투병 ‘축구꿈나무’ 치료 성과
2023년 손흥민 선수는 혈액암으로 투병해온 축구 꿈나무 강민재군에게 응원의 손편지와 티셔츠를 보냈다. 게티이미지뱅크, 민재군 아버지 강기훈씨 제공

 

“아빠 저 축구 잘하고 싶어요. 축구학원 좀 보내주세요.”

 

6년 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 강민재(15)군의 끈질긴 요청에 아버지 강기훈(44)씨는 아이 손을 붙잡고 함께 학원을 찾았다. 그때부터였다. 아들은 밤낮없이 열정을 다해 축구를 했고 취미로 시작한 축구에 재능을 보이면서 5학년이던 2021년 수원FC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기쁨도 잠시, 공격수로 활약한 지 얼마 안 된 같은 해 6월 민재군 아버지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부터 민재 목에 보이던 작은 혹이 문제였다. ‘림프샘이 부었겠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T-세포 림프모구성 림프종’ 즉,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 강씨는 지난 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말 많이 놀랐고 가족들 모두 힘들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며 “아이는 구토부터 시작해서 몸이 아파서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워낙 내면이 강한 아이라 의연하게 잘 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민재군이 무엇보다 가장 힘들어 했던 건, 좋아하는 축구를 앞으로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머리를 다 밀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민재군은 축구 전지훈련 중인 친구들 생각에 매일 울었다.

 

혈액암 투병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강민재군. 서울성모병원 제공

 

민재군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축구였다. 강씨는 “아들은 힘든 과정에서도 ‘병을 꼭 나아서 좋은 선수가 돼서 아픈 환자들, 아픈 아이들한테 꿈과 희망이 되고 싶다’고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굳은 의지가 통했던 걸까. 민재군은 2년 반 동안 이어진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마침내 중학교 1학년생이 된 2023년 7월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처음엔 근육이 다 빠져 걷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민재군은 조금씩 축구 선수로서의 기량을 찾아 나갔다. 언제든지 돌아오라는 구단의 따뜻한 배려도 한몫했다.

 

혈액암 투병을 마치고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해 훈련받고 있는 강민재군. 민재군 아버지 강기훈씨 제공

 

그해 11월 깜짝 선물도 도착했다. 유명 유튜버의 사연 소개로 손흥민 선수가 민재군에게 응원의 손편지와 티셔츠를 보내온 것이다. 민재군은 “‘힘든 치료를 이겨낸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라’는 손흥민 선수의 편지가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오늘도 축구와 함께인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돼 제가 아팠을 때 도와주셨던 모든 분에게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민재군 치료를 담당한 이재욱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주치의‧소아혈액종양센터장)는 “힘든 항암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좋아하는 운동을 해서 기쁘다. 앞으로도 원하는 축구를 건강하게 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강씨는 “축구선수라는 길이 많이 힘든 것을 알지만 민재는 강한 아이라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며 “무엇보다 건강하게 재미있게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