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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상속세 개편… 정치권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 ‘공감대’, 정부는 유산취득세 전환

기사입력 2025-03-09 11:45:45
기사수정 2025-03-09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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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속세제 개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 역시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이번 주 발표하는 등 개편 논의에 뛰어들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배우자 공제 최저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자 이를 전격 수용했다.

 

배우자 상속세는 이중과세 등의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속세가 부의 세대 간의 이전에 관한 세금임에도 같은 세대인 배우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데다 배우자가 숨진 뒤 자녀에게 또다시 상속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혼으로 발생하는 재산 분할 과정에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배우자 사망으로 이전받을 때는 상속세를 부과하는 점 역시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배우자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의 일괄공제액을 높이는 방안 역시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민주당은 8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상속세 개편에 나서고 있는 건 중산층 표심을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속세 과세대상은 1만9944명으로 2020년(1만181명)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결정세액 역시 같은 기간 4조2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3억8289만원(부동산R114)으로 집계되는 등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중산층에도 상속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상속세 개편의 배경이 되고 있다. 통상 일괄공제 5억원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더한 10억원이 상속세 면제 기준이 되는데 10억원이 넘는 주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는 1998년 이후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배우자 상속세 폐지가 초고소득층에만 혜택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우자의 법정상속지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 상속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면 상속재산 30억원이 넘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상속세 개편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 치사에서 “이제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때”라며 “상속세 공제를 합리화하고 유산취득세로의 개편 방안을 3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자의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인데, 상속인별로 물려받은 자산 규모에 맞춰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되면 과세 대상 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추진된 바 있다. 2019년 2월 당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유산세 방식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되 세수 중립적으로 과표구간, 공제제도 등을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세율과 과표 조정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권이 최고세율 인하(50→40%)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