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지 52일 만에 석방되면서 경찰의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수사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 필요성을 내세우며 저항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남은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 강경파’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을 특수공부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부당한 인사 조처를 하거나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그간 이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호처 직원들에게 부당한 인사 조처를 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석방하면서 김 차장 등이 경호 업무를 다시 수행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전날 검찰의 석방 지휘로 윤 대통령이 경기 의왕의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올 때 김 차장이 ‘밀착 마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할 때도 김 차장은 지근거리에서 경호했다. 윤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된 만큼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인력은 다시 24시간 곁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동안 검찰의 벽에 막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신병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수사의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지난 6일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가 김 차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영장심의위가 경찰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찰은 조만간 김 차장에 대한 네 번째 구속영장 신청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석방됨에 따라 김 차장 등은 대통령 경호 필요성을 내세우며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저항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또 경찰이 비상계엄 수사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경호처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시도할 경우에도 경호처가 더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7일 “윤 대통령 석방이 경호처 수뇌부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한 수사에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 체포 작전을 주도했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겼고, 검찰은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