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점을 감안해도 놀랄 정도로 거대한 크기와 그 크기에 뒤지지 않은 강력한 힘을 가진 차. 단점이라면 둔탁한 느낌의 외관 디자인과 스피커들의 불협화음으로 튀는 듯한 음향. 아이오닉 9의 장단점이다.
아이오닉 9은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기대작 중 하나다. 특히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라는 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 이전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오닉 9의 판매 가격은 7인승 모델 기준 △익스클루시브 6715만원 △프레스티지 7315만원 △캘리그래피 7792만원이다. 6인승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6903만원 △프레스티지 7464만원 △캘리그래피 7941만원으로 책정됐다. 동급 경쟁차인 기아 EV9의 처음 출시 가격(7337만원)과 비교할 경우 6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아이오닉 9은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아이오닉 9의 차체 길이는 5060㎜로 ‘디 올 뉴 펠리세이드’와 같다. EV9와 비교하면 50㎜ 길다. 축간거리(휠베이스)도 3130㎜로 EV9보다 30㎜ 길다.

주행거리에서도 아이오닉 9이 앞선다. 아이오닉 9은 110.3㎾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후륜구동 기준 주행거리는 532㎞다. 최고출력은 160㎾(218마력), 최대토크는 350Nm, 전기 소비효율(전비)은 ㎾h당 4.3㎞다. 현대차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성능형 모델의 주행거리는 501㎞, 최고출력은 315㎾(428마력), 최대토크는 700Nm, 전비는 ㎾h당 4.1㎞다.
반면 EV9은 99.8㎾h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최대 주행거리는 501㎞다. 즉 아이오닉 9이 EV9보다 더 길고 더 힘세고 더 멀리 가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자동차 자체의 성능도 최신 차인 만큼 뛰어나다. 지난달 12일 진행된 시승 행사에서 아이오닉 9을 몰고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경기 양평 이함캠퍼스까지 왕복 약 100㎞를 달려봤다. 시승 모델은 성능형 AWD(HTRACⅡ)로, 성능형 듀얼 모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캘리그래피 풀옵션 사양이었다.
이날은 눈발이 거세고 도로 곳곳에 눈이 쌓여 운전하기 만만치 않은 여건이었다. 더욱이 그랜드 워커힐 서울이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커다란 덩치의 아이오닉 9을 운전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급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현대차의 자신이 느껴질 만큼 아이오닉 9 자체의 뛰어난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언덕 등을 오를 때 힘이 부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2.7t에 이르는 무게에도 밟는 대로 차가 치고 나갔다.

고속도로에선 그 힘이 더욱 느껴졌다. 강력한 힘으로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갔다. 여기에 VGS(Virtual Gear Shift·가상기어변속) 기능을 활용하면 내연기관 자동차만이 가진 강한 주행음과 변속 충격 등을 아이오닉 9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노면 소음은 작았다. 현대차 기술진이 차량 유리와 서스펜션 부근에 흡음재 등을 보강했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승차감에 대해선 우려가 다소 있었다. 아이오닉 9은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에어 서스펜션을 도입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2675㎏(공차 기준)의 육중한 무게감에 커다란 덩치로 평탄하지 않은 도로를 달리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거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날 때 흔들림이 적었으며 방지턱을 넘을 때 묵직하게 받쳐줬다. 아이오닉 9 서스펜션을 설계하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확보하는 데 최적화한 구조를 채택했다는 현대차 기술진들의 설명이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차가 커서 좁은 실내 주차장을 통과하거나 주차를 할 때 쉽지는 않았다. 또한 보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하지만, 커다란 크기에 둔탁해 보이는 외관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리 부분에서도 다소 안타까움이 있다. 아이오닉 9은 14개 스피커 기반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어느 좌석에 앉아도 공연장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자신했다. 하지만 대시보드 가운데에 설치된 스피커 소리가 너무 강해 전체적인 조화를 깨트렸다. 클래식이나 발라드와 같이 잔잔한 음악에서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드럼과 베이스 음이 강한 팝이나 댄스 음악 등에서는 대시보드 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슬렸다.
아이오닉 9의 국내 목표 판매량을 6500대다. 호불호가 갈리는 외관이나 스피커의 부조화가 다소 걸리지만, 아이오닉 9은 가격적인 면이나 성능 면에서 매력적인 차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을 할 때 그 장점이 더욱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