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다른 대형마트보다 두 세 배 길어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납품사들은 대금 지급 계획이 불확실하고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믿을 수 없다며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요구 중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으나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 중이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납품 대금 지급을 두고 홈플러스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납품사들은 앞으로 기일이 도래할 대금에 대해 확답을 달라고, 정산 주기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서 정산 주기가 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계산해주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평균 25일 내외로 정산하고,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평균 10일 이내 정산한다. 롯데마트의 정산 주기도 20∼30일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급작스러운 회생 신청으로 신뢰가 무너졌고, 자산 동결로 미정산 시 받아낼 방법도 없으니 선입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티메프(티몬·위메프) 상황을 경험한 업체들로서는 담보도 없이 납품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매장 영업이 정상화하려면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MBK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바람에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현금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영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해 대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티메프 사태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규모는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 전단채권 등을 포함해 약 6000억원이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감안할 때 대부분 개인 및 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채권 변제를 위한 유동성 확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