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수용 입장을 내놨지만 의사·의대생 단체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학 현장에서 ‘일부 의대생이 돌아올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남은 3주간 의대생 복귀 규모에 따라서 의대교육 정상화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일부 의대 학장은 소속 의대생 70% 정도가 이달 내 복귀할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진행한 면담에서 ‘계기’가 있다면 복학할 수 있다고 밝힌 의대생이 이 정도 수준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의대생 단체가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는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의대·의전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이선우 비대위원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결국 정부 마음대로, 총장 마음대로 (의대생 복귀가) 되겠냐”라고 비꼬았다.
그간 24·25학번 의대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요구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결국 각 의대에 교육 내용을 맡겨놓은 형국”이라며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변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린 전국 사립대학 신규 의대 교원 채용 인원은 모집공고 인원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23개 대학은 이번에 총 295명(기초의학 42명·임상의학 253명)을 채용했는데, 이는 모집공고 인원(907명)의 32.5%에 불과하다.
다만 의협이 요구하는 ‘마스터플랜’은 사실상 의·정갈등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명분’일 뿐이란 지적도 있다.
의대 측은 의대생들을 이런 의·정갈등의 ‘전선’에서 떨어뜨려 놓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최재영 연세의대 학장은 학생·학부모을 향한 서신에서 “정부와 협상은 선배들에게 맡기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다른 의대 학장과 소속 교수들도 데드라인으로 제시된 이달 말까지 서신은 물론 개별 접촉 등 설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누가 봐도 납득할 수준’으로 의대생 복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대 모집인원 원상복구 제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복귀 추이와 연동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현재까지 유동성이 큰 상태다.
정부 입장에선 이번 제안으로 지난 1년간 전공의 집단 이탈 등으로 혼란을 겪은 의료현장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는 데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판단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의대 증원은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위해 함부로 번복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료 정상화를 기대하며 고통과 불편을 인내해온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개탄스럽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 주도로 이뤄진 이번 제안을 두고 의견 차가 있다. 보다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관련 브리핑에 참여하지 않은 채 서면 입장문을 통해 “의료인력 수급추계위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만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