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트뤼도와 욕설 통화한 트럼프 “캐나다 낙농·목재 250% 관세”

기사입력 2025-03-09 18:57:34
기사수정 2025-03-09 18:57:33
+ -
관세 유예 직후 오락가락 행보

“加·멕 상호관세 한달 유예” 발표 후
태도 돌변 加에 “낙농 등 당장 부과”
증시 등 우려에 미묘한 속도조절
트럼프발 美경제 불확실성 고조
파월 “통화정책 서두르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전격 25% 관세를 부과한 뒤 다음날 자동차 분야에 대해 한 달 유예, 그 다음날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해당 품목에 대해 한 달 유예를 발표하더니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선 다시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갈지(之)’자 행보가 미국뿐 아니라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캐나다가 낙농제품 및 목재에 대한 관세를 없애지 않는다면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는 다년간 목재와 낙농 제품에서 우리를 갈취해왔다”며 “(캐나다가 미국산 낙농제품에 대해 부과한) 250%의 관세는 우리 농가를 이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산 목재에 대해서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다며 “그들이 만약 그것(낙농제품 및 목재 관세)을 없애지 않는다면 이르면 오늘 또는 다음 주 월요일(10일)이나 화요일(11일) 상호주의적으로 동일하게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전격 25% 관세를 부과한 뒤 다음날은 자동차에, 그 다음날은 USMCA 적용 품목에 대해 한 달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놓고 다시 캐나다에 그 다음날 보복성 상호 관세 카드를 빼든 것은 대미 맞불 관세 카드를 빼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신경전 측면이 있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부과 행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통화에서 욕설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율 관세 압박으로 멕시코, 캐나다와의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6∼7월 열리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공동 개최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백악관에 설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해 “긴장은 좋은 것”이라며 “나는 그것이 월드컵을 훨씬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있는 태도와 달리 오락가락 관세 행보를 보이는 것이 미묘한 속도 조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2월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여러 차례 유예하는 것은 그간 내부 반발이 높아지고, 증시가 하락하며 경제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는 상황의 반영이라는 얘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통화정책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 행정부는 무역, 이민, 재정정책, 규제 등 4개의 구분되는 영역에서 중요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 및 통화정책 방향에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 변화의 순효과(net effect)”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지만 파월 의장은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 바 있다.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전격 비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관세가 중국과 같은 나라를 테이블로 끌어내는 수단으로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자유무역이 “상품 가격을 낮추고 미국인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적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