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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만에 ‘자유의 몸’이 된 尹… 탄핵심판 고심 깊어진 헌재 [뉴스분석]

기사입력 2025-03-09 18:07:49
기사수정 2025-03-12 21: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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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기일·결과 예측불허 상황
헌재 “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재판관 ‘평의’, 더 길어질 수도
尹측 변론재개 요청할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구속된 지 52일 만인 8일 석방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은 물론이고 결과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탄핵 찬반 세력 간 대결이 더욱 첨예해져 헌재에 대한 여론 압박 강도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공수처의 내란 수사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선고만 남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는 법원의 형사재판에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헌재가 윤 대통령 석방으로 지지층 결집이 공고해진 상황에서 탄핵심판 절차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선고기일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관계자는 9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가 선고기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의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탄핵심판 변론에서 쟁점이 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의 증거 능력에 대해선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만 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11차례에 걸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절차를 종결한 후 휴일을 제외하곤 매일 평의(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를 열고 있다. 평의에서 헌법재판관들 의견이 정리되면 표결 절차인 평결을 거쳐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을 작성하고 선고기일을 잡는데, 윤 대통령 구속취소 전까지만 해도 이번 주 선고가 유력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2주를 넘기지 않았고 모두 금요일에 선고한 터라 14일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법원이 윤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수사 절차상 문제를 지적함에 따라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이 구속취소를 인용한 법원 결정을 기반으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만감이 교차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풀려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인사를 건네고 있다. 체포 52일, 구속기소 41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그의 얼굴 표정에 격한 감정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의왕=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재가 이번 법원 결정을 참고해서 적법 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면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권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헌재에 변론 재개를 공개 요구했다.

 

탄핵 찬반 세결집이 더욱 뚜렷해진 가운데 여권에서는 “탄핵심판 기각·각하”를, 야권에서 “조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하고 있어 헌재로서는 정치적 압박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석방이 탄핵심판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헌법 전문가들은 “탄핵심판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원의 구속취소 인용은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의 절차상 문제인데, 헌재 탄핵심판은 징계 절차라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공소제기가 이뤄졌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선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은 장고 끝에 약 27시간 후인 8일 오후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 윤 대통령은 1월15일 체포된 지 52일 만에 석방됐다.


김주영·안경준·백준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