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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과 ‘유쾌한 만남’… ‘서울 AI 페스타’ 주말 이틀간 7800명 몰려

기사입력 2025-03-10 06:00:00
기사수정 2025-03-10 0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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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시 아닌 체험 위주 구성
로봇 코딩·조립 대회 ‘최고 인기’
구글 등 세계적 기업도 부스 설치
오세훈 “AI 3대 강국 도약 노력”

“엄마 내가 적은 글이 그림이 됐어요.”

인공지능(AI)이 부린 마법 같은 변화에 AI 백일장·사생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8∼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AI 페스타 2025’에는 78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다양한 AI 체험에 놀라워하는 동시에 즐거워했고, 행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쯤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서울 AI 페스타 2025’ 관람객이 바둑로봇 ‘센스로봇 고’와 바둑을 두는 모습. 조성민 기자

참석자 대부분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었다. 경기 의정부에서 5, 6세 두 아이를 데리고 온 회사원 장지은(41)씨는 “아이들이 AI를 쉽고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며 “우리보다 더 일상적으로 AI를 쓸 미래세대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I 백일장·사생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재희(6)양 어머니 조명숙(41)씨는 “아이가 평소에도 AI에 대해 많이 전해 들으며 관심이 있었다”며 “AI 시계를 통해 시각장애인 어린이가 마음 놓고 공원을 산책하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AI에 대한 관심은 세대와 국경도 가리지 않았다. 강남구에 사는 이창열(87) 할아버지는 AI 바둑로봇 ‘센스로봇 고’에 기권승을 거둔 뒤 “상대가 있으니까 이게 더 재미있다”며 “컴퓨터 바둑에서도 상대는 있지만 안 보이니까”라며 웃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AI 관련 회사를 다니는 카르딕(38)씨는 가장 눈에 띄는 부스를 묻자 “AI 독서 플랫폼(북스토리)이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영화 속 로봇이 현실로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AI페스타 2025’에서 참석자들이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타이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가장 열기가 뜨거운 이벤트는 행사장 한가운데에서 펼쳐진 AI 로봇 가족경진대회였다. 수십여 가족이 로보티즈 ‘올로(OLLO)’를 이용해 코딩부터 로봇 조립까지 마치고 블록을 밀어내는 대결을 펼쳤다. 마포구 거주 회사원 손예준(47)씨는 “실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AI와 로봇을 아이들이 접할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성북구 주민 김민주(46)씨는 “AI와 로봇을 체험하고 게임하는 게 재밌었고, 아이를 보며 뿌듯했다”고 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AI가 내게 말을 걸었다’는 주제로 개최된 서울 AI페스타는 어렵고 복잡한 신기술 위주의 기업 전시행사와 다르게 시민들이 재밌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진 시민 참여형 축제를 표방했다. 이번 행사는 9월 코엑스에서 개최될 ‘스마트라이프위크 2025’의 사전 행사이기도 하다. 구글클라우드가 운영한 구글AI스튜디오 탑재 로봇 부스 홍보에 나선 가수 김장훈은 “초등학생부터 AI에 관심을 갖고 사용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정부 정책도 AI 교육 쪽에 투자해야 한다”며 “AI 강국이 되는 것은 결국 AI 인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개막식에서 “즐기는 것, 가지고 노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그러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이자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혁신이 바로 AI”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번 행사가 어린이들에게 AI는 가지고 노는 것이고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거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서울시는 AI 인재 양성, 인프라 조성, 투자 확대 등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과 번영의 핵심인 AI가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개막식 후 청년대표 4인과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미래 AI서울 정책’을 주제로 한 대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청년들은 서울시의 AI 인재 양성과 어르신 등 디지털약자 지원 방안에 대해 물었고, 오 시장은 청년취업사관학교와 라이즈(RISE)사업 등을 활용한 AI 인재 양성 계획과 디지털동행플라자, 디지털안내사 등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들을 소개했다. 청년대표인 전 숭실대 총학생회장 윤재영(25)씨는 “서울시가 AI를 통해 산업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옥현 시 디지털도시국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AI 발전 속도에 맞춰 페스타도 매년 새롭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만기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AI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그동안 어려움으로 여겨졌던 AI에 대한 장벽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