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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과 도널드 트럼프 [더 나은 경제, SDGs]

기사입력 2025-03-10 10:00:00
기사수정 2025-03-10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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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월 신규고용 인력 12만5000명보다 증가한 15만1000명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였던 16만명에 못 미치는 수치였고, 고용 증가세도 둔화됐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하락이 예상됐었다.

 

그런데 당일 나스닥종합지수는 126.97포인트(0.70%) 오른 1만8196.22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222.64포인트(0.52%) 오른 4만2801.72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1.68포인트(0.55%) 상승한 5770.20에 각각 장을 마쳤다. 예상 밖의 3대 지수 동반 강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 게티이미지 제공

이날 뉴욕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례 통화정책 포럼에 참석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덕분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불확실성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며 “노동시장은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2% 장기 목표에 더 가까워졌다”고 시장이 안정적임을 강조했다.

 

또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정책 변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만큼 (통화정책이) 잘 자리 잡고 있다”묘 “새 행정부는 무역, 이민, 재정정책, 규제 등 4개의 구분되는 영역에서 중요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고, 경제 및 통화정책 방향에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 변화의 순효과(net effect)”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무역정책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면서 전망이 진화함에 따라 신호와 소음(noise)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시장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최근 소비자심리가 악화하고, 가계 및 기업의 경제 전망이 다소 어두워졌음에도 시장과 경제의 성장성이 견고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돼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한편 후보 시절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디지털 자산(크립토) 서밋’을 처음 개최했다. 서밋에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를 비롯해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와 리플(XRP)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공동 창업자 잭 위트코프 등이 참석했다. 이들 모두 가상화폐 정책에 힘을 실었다.

 

최근 9만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은 서밋이 끝난 오후 8시30분(서부시간 오후 5시30분) 개당 8만54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역시 전날 같은 시간보다 약 150달러 하락한 2120달러까지 떨어졌고, XRP도 서밋 이후 2.4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등 비트코인 외 알트코인도 일제히 내리막을 탔다.

 

전날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XRP, SOL(솔라나), ADA(카르다노)를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연일 가상자산 정책에 큰 힘을 실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앞으로 20만개의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금(SBR)으로 보유하게 됐지만, 이들 코인을 형사 및 민사 자산 몰수절차를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으로는 가상화폐를 추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예산을 통한 비트코인 매입 기대감 역시 크게 떨어졌다. 결국 코인을 통해 미 달러의 기축통화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점도 전략비축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비트코인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실망하기에는 이르다고 언급했지만,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경제 대통령’ 파월 의장이 증시와 가상자산 가격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지만, 미국 경제의 힘과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연일 한국에 관세와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경제 압력을 넣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와 민간 차원의 더 실효적인 접근과 대응이 필요한 때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