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반발로, 캐나다를 필두로 중남미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미국산 제품 및 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캐나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주 정부와 기업들도 미국산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지난 4일 모든 주류 매장에서 미국산 주류를 철거하도록 지시했다. 퀘벡주, 매니토바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에서도 상점과 음식점이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네 개 주의 인구를 합치면 약 3000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한다.
포드 주지사는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와 체결한 1억 캐나다달러(약 100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미시간, 미네소타주로 송출되는 전기에 대해 25%의 수출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캐나다의 일부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Americano)’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캐나다산 제품을 선택하라”며 자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캐나다를 넘어 멕시코와 중남미, 유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 결정에 대한 반발로 불매운동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를 독려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들 페이지에서는 미국 제품 대체품을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코카콜라 대신 ‘브레이즈 콜라’, 맥도날드 대신 ‘버거퀵’, 스타벅스 대신 ‘콜럼버스 카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반(反)테슬라 시위와 불매운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머스크 CEO에 대한 반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독일에서는 머스크가 지난해 12월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한 이후 테슬라 불매운동이 가속화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테슬라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한 반면, 독일 전체 전기차 등록 건수는 31% 증가하는 대조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불매운동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확실한 가운데, 미국산 제품을 이미 들여온 소매업체들이 재고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캐나다의 일부 마트에서 미국산 제품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이를 ‘캐나다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외교·무역정책이 글로벌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미 정서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 실질적인 소비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유럽과 중남미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