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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AI 벤처투자 열기 다시 살아났지만, 자금은 검증된 기업에만…여전한 ‘AI 거품론’의 그림자

기사입력 2025-03-10 10:35:33
기사수정 2025-03-10 10: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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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거품’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지만 다시 살아난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의 투자 열기는 계속돼 분기별 투자 규모가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일부 소수 대표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생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오픈AI와 AI 연구 기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방위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 등도 자금모금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500억 달러가량이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약 800억 달러를 투자해 2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난 바 있는데 이 흐름이 계속돼 전분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벤처캐피털 투자는 지난 2021년 3580억 달러로 연간 최고를 기록했으나 이후 투자 기업의 가치 평가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침체 양상을 보였다.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털 업체인 제너럴 카탈리스트의 헤만트 타네자 대표는 “AI는 신생 기업들을 더 나은 기업으로 만들게 하는 변혁의 힘”이라며 “우리는 ‘투자기업이 지금보다 합리적으로 10배 성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였다. 따라서 합리적인 투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이러한 벤처투자는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피치북의 카일 스탠퍼드 연구 이사는 “작년 4분기 투자 중 오픈AI와 xAI, 데이터브릭스 등 6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면서 “벤처캐피털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은 일부 엘리트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검증된 기업에만 자금이 몰린 것이다. AI 거품론이 벤처투자 업계에조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한번 투자한 기업에 연속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26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40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성공할 경우 작년 말 데이터브릭스의 자금조달 규모 100억 달러를 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지난해 여름 펀딩에 성공한 안두릴도 당시의 두 배가 넘는 기업 가치 300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아 최소 2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타네자 대표는 “AI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벤처캐피털 투자는 고객 기반과 큰 시장을 가진 업계 리더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