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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선관위, 친러·극우 대선후보 재선거 출마 거부

기사입력 2025-03-10 10:53:23
기사수정 2025-03-10 10: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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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적 성향·극단주의적 입장 문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 속 지난해 루마니아 대선 결과가 백지화된 가운데 당시 1위를 차지한 친러시아 성향 극우후보의 후보 등록이 거부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루마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컬린 제오르제스쿠의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제오르제스쿠의 출마에 대해 1000건 이상의 이의 제기가 접수됐다”며 “ 그의 반민주적 성향과 극단주의적 입장과 관련된 것”이고 설명했다.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 AFP연합뉴스

제오르스쿠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깜짝 1위를 차지하며 결선 투표에 진출한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과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지도자”, “우크라이나는 본래 정식 국가가 아니다” 등 러시아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에서 친러·반나토 성향의 극우 후보가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예상 밖 선전을 놓고 선거법 위반과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헌법재판소는 1차 투표 결과를 무효로 결정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당시 러시아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런 혼란 속 제오르제스쿠의 인기는 더 확대된 상황이다. 그는 오는 5월4일에 치러질 대선 재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40∼45%의 지지율도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루마니아 정치권 내의 반발도 거세다. 이번 출마 불허 결정에 대해 극우 정당 대표들은 “비민주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십명의 지지자들은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중앙선관위 건물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건물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 중인 미국도 이번 결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제오르제스쿠의 출마를 허용할 것을 루마니아 당국에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극우 정치인에게 호의적인 트럼프 행정부 핵심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루마니아 헌재의 결정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이번 선관위 결정에 대해 헌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선관위의 이번 결정이 번복되더라도 제오르제스쿠의 출마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가 지난달 26일 헌법 질서 위반 및 선동, 파시스트 조직 가입, 선거 자금 관련 허위 기재 등 6개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그는 공직 출마가 금지될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