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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환자, 암환자보다 ‘이 위험’ 1.8배 높아 [건강+]

기사입력 2025-03-10 11:50:51
기사수정 2025-03-10 11: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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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환자들, 삶의 희망 놓아버리는 경우 많아”

음주·약물 오남용, 우울증, 성격·행동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 노출 가능성 크다는 연구도

1형 당뇨병 환자의 극단적 선택 위험이 암환자보다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 김서현 박사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KNHIS) 데이터를 활용해 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1년 이내 인슐린 처방 3회 이상, 1~2년 내 추가 인슐린 처방 기록이 있는 4만 594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결과 자살로 사망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10만 인년당(10만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발생) 252.8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환자에서는 141.44건, 일반인구에서는 129.6건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연구팀이 1형 당뇨병이 미친 악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구집단간 연령과 성별, 소득수준, 거주지,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만성 폐 또는 신장질환, 당뇨 합병증 등 자살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보정해 상대 위험도를 산출한 결과도 유사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자살을 시도해 입원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르는 자살위험이 일반인구에 비하여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와 비교해서도 1.8배 높았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탓에 치료과정이 고되고 심리적 부담이 크다. 또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은 치료법 발전이 빨라 생존율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1형 당뇨병은 아직 완치할 근본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일상의 불편,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 김서현 박사.

연구팀이 앞서 보고한 다른 연구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 보다 음주 및 약물을 오남용할 위험은 4배, 우울증 발병은 3배, 성격 및 행동장애 2.6배 등 여러 정신질환에 노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 교수는 “1형 당뇨병 성인 환자들이 결국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는 사실이 의사로서 가장 마음 아프다”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큰 만큼 중증난치질환 및 장애 질환 선정 등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환자들의 투병을 도와줘야 한다.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내과학저널(Journal of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