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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빌라 53채로 ‘전세사기’… 115억원 가로챈 42명 검거

기사입력 2025-03-10 13:19:39
기사수정 2025-03-10 14: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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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빌라 50여채를 사들인 뒤 전세사기로 보증금 115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사진=뉴시스

울산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 등으로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이사 30대 A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모집책, 명의대여자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일대 빌라 53채를 사들였다. 빌라는 시세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매가가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주택’을 만든 뒤,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범행했다. 빌라를 2억5000만원에 팔려는 집 주인과 짜고 빌라의 매매가격을 20% 더 높인 3억원에 책정했다. 그러고 바지 명의자에게 매도하는 동시에 같은 가격으로 전세를 줬다.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 3억원 중 실제 빌라 가격인 2억5000만원은 원래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남은 5000만원은 서로 나눠가지는 식이다. 이렇게 가로챈 돈은 115억원에 달한다.

 

울산경찰이 검거한 전세사기 일당의 범행 모식도. 울산경찰청 제공

빌라를 사들이는 명의자는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100만∼200만원을 받았다.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사기인 것으로 알면서도 정상적인 매매인 것처럼 계약서에 서명해주고 100만원씩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세입자들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에 들도록 안내했다.

 

깡통전세로 보증금을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의 사기 수법. 울산경찰청 제공

이들의 범행은 전세 만기가 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세입자들이 경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심사할 때 감정평가액을 우선으로 인정한다는 허점을 노렸다”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감정평가액에 대한 검증·관리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관계기간에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