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핵 공유를 위해 프랑스, 영국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이날 독일 언론 DLF 인터뷰에서 “핵무기 공유는 논의해야 할 문제다. 우리(유럽)는 핵 억제력에서 함께 더 강해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달 총선 승리 직후 “우리가 미국에서 수신하고 있는 모든 신호들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유럽이 자체적으로 안보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내지 핵 방위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주요국 지도자 중 ‘유럽 자체 핵 방위’를 사실상 처음 언급한 것으로,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핵 억제력으로 유럽 동맹국 보호를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이를 수용했다.
이날 발언으로 독일이 ‘유럽 안보자강론’ 추진 차원에서 유럽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의 핵 우산 아래로 들어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CDU는 지난 5일 10년간 5000억유로(768조원) 규모의 국방 및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편성하고 헌법에 규정된 부채 한도를 국방비에 한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안보 자강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건 상태다.
다만 메르츠 대표는 “양국과 함께 미국의 핵 보호막 보완한다는 관점에서 논의해야 하며 기존 핵 보호막이 유지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독자 핵무장을 촉구하는 극우성향 독일대안당(AfD)의 요구에 맞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의 핵 우산 안에 남으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독일은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거나, 그렇게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