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머스크 vs 배넌 … MAGA ‘신·구 갈등’

기사입력 2025-03-10 19:15:00
기사수정 2025-03-10 18:09:12
+ -
이민문제 등 정책 주도권 다툼
개인적 대립 넘어 勢대결 심화
NYT “당내 권력 투쟁의 일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자 미국 정치 지형의 제일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주도권과 노선을 둘러싸고 신·구 세력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지지 세력을 대표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전통적인 지지 세력을 대표하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간 갈등이다. 이들의 갈등은 개인적 갈등을 넘어 전통 보수 대 새로운 공화당 지지 세력 간 갈등을 대표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으며 최근 더욱 사이가 나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국무부의 인력 감축 문제로 언쟁을 벌인 것이 알려졌고, 배넌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비판했다. 그는 최근 머스크를 “기생충 같은 불법이민자”, “정말 사악한 인간”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NYT는 둘 사이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대립이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 벌어지는 보다 광범위한 권력 투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배넌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스트) 보수주의자, 머스크로 대표되는 기술계·기업 중심 신흥 보수 간의 갈등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머스크뿐만 아니라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 기술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하는 새로운 보수로 떠올랐다.

배넌이 대표하는 강경 우파는 반엘리트, 반체제 정서를 앞세워 기존 워싱턴 정치를 공격하고, 민족주의적 경제정책과 반(反)글로벌리즘을 강조한다. 반면 머스크와 같은 기술계, 기업계 출신 신흥 우파는 시장의 자유와 혁신을 중시하며 공화당의 미래가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양측의 가장 큰 정책 차이는 이민 문제에서 나타난다. 배넌은 머스크의 H-1B 비자(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 지지를 강하게 반대해 왔다. NYT는 이러한 내부 갈등이 공화당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둘 모두를 자신의 세력 내에 두려 하지만 대립이 심화될 경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머스크의 재정 지원과 기술기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동시에 배넌이 보수 진영에서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