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으로부터 서명되지 않은 사직서를 받았더라도 서면으로 구체적인 해고 사유와 시기를 통지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2월13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 대표이사는 2023년 3월14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던 직원 B씨로부터 “오전까지만 업무를 진행하고 사무실을 나가겠다”며 서명되지 않은 사직서 사진을 받았다. 이에 대표이사는 B씨에게 인사 개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차근차근 풀어나갈 테니 조금 휴식을 취하라”고 전달했다.
그런데 통화 3일 후 B씨는 부장으로부터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그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대표이사는 14일 사직서를 제출받아 17일에 이를 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A사가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A사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의 사표 제출은)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 자신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사직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판단하고, “해고 통보 과정에서 A사가 B씨에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A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