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10일로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살인 혐의로 구속된 교사 명모(40대)씨에 대한 신상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내연관계였던 여성 군무원을 토막 살해한 양광준 사건의 경우 체포 10일 만에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지만, 명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공개 결정이 나더라도 명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규정상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이 더 둬야 한다. 학교에서 어린 여학생이 현직 교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용의자 신상 공개 논의가 늦어지면서 사건에 대한 공분도 커지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명모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를 11일 오후 2시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명씨 신상 공개 여부와 관련해 피해자 유가족의 동의서를 받고, 심의위원 7명을 위촉하는 등 심의위 구성∙개최 절차를 마쳤다. 심의위원은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함께 법조계, 학계, 의료계 등 외부 위원들을 포함해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명씨 신상이 공개되려면 위원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이전 사건에 비해 명씨 신상 공개 절차가 미뤄진 것은 명씨가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하면서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씨는 김하늘양에 대해 범행을 저지른 뒤 자해를 시도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경찰은 명씨가 수술을 마친 뒤 대면조사를 시도했지만, 혈압 상승 등의 이유로 추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조사를 일시 중단했다. 명씨는 사건 당시 수술을 받기 전 범행을 시인했지만, 추가 보완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명씨는 2월10일 범행 이후 거의 한 달 만인 지난 7일에서야 첫 대면조사를 받고는 구속됐다. 대전지방법원은 8일 명씨에 대해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려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뒤 공개 영부를 논의해야 한다. 명씨가 자해를 하면서 이 부분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신상 공개는 단순히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유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범행 동기, 증거 인멸 가능성 등 경찰이 확보한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더구나 용의자가 정신 질환을 주장할 경우 신상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게 된다.
명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2월 초 휴직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돌연 복직해 문제를 일으키다가 김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심의위가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공개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신상공개 대상자의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피의자에게 신상정보 공개를 통지한 날로부터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하면 곧바로 공개할 수 있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이 기간을 지켜야 한다.
또 수사기관은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에게 행정심판법과 행정소송법에 따라 불복할 수 있음을 공지해야 한다.
이를 이용해 ‘화성 오피스텔 여자친구 살인사건’의 김레아와 ‘화천군 북한강 토막 살인 사건’의 양광준, ‘자경단 성착취물·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 사건’의 김녹완은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및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신상공개를 피하진 못했지만, 김레아는 공개까지 17일, 양광준은 6일, 김녹완은 17일 등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