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은 지난 2023~2024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3경기에서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유니폼에 세 번째 ‘별’을 아로새겼다.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의 챔프전 우승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19~2020시즌, 2021~2022시즌에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아 우승 기회를 놓쳐야 했던 설움을 떨쳐낸 통합우승이었다.
2024~2025시즌의 목표는 당연히 챔프전 2연패. 다만 전력 보강 요소가 딱히 없었다. 외인 모마 바소코(카메룬)과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태국)과 재계약하며 2년째 동행을 이어갔고, 내부 FA였던 정지윤을 3년 총액 16억5000만원을 안기며 눌러앉히며 전력 누수를 막은 게 최선이었다.

주전 멤버가 2년째 같다는 것은 조직력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상대에게 더 면밀하게 분석당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건설 코칭스태프가 택한 방책은 공격 작업을 낮고 빠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주전 세터 김다인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담당해야 할 모마가 토스 높이와 빠르기를 새로이 정해야하는 문제였다.

김다인과 모마의 ‘줄다리기’는 6라운드 막판이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다인은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따라 모마에게 낮고 빠른 토스를 올리고 있지만, 모마는 이러한 토스가 자신의 타점을 살리기에 아쉽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 영향일까? 2021~2022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GS칼텍스에서, 지난 시즌부터 2년째 현대건설에서 뛰고 있는 모마는 V리그 4시즌 중 올해가 가장 공격 지표가 낮다. 공격 성공률도 40.82%로 40%에 턱걸이하고 있고, 공격 효율은 27.30%로 4시즌 중 유일하게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예년에 비해 위력이 반감된 모습이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김다인과 모마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임을 밝혔다.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6라운드 맞대결을 3-0 완승을 거둔 뒤 강 감독은 “기존 약속은 낮고 빠르게 가기로 했는데, 아직도 잘 맞지는 않는 모습이다”라면서 “모마는 토스가 다소 느리더라도 더 높게 줘서 자기의 점프를 살리길 원하고, 저는 낮고 빠르게 가는 걸 원한다. (김)다인이, 모마와 함께 더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날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다인도 모마와의 최적 타이밍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임을 설명했다. 김다인은 “공격수와 세터 간의 정점을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다. 너무 정점을 찾으려다 보니 틀어지기도 한 것 같다. 어느 정도 공격수들과 제가 도와주면서 팀 플레이로 가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완벽한 플레이를 추구하다 보면 경기가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서로 도와주면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인은 이어 설명했다. “시즌 초반부터 낮고 빠르게 가려고 했는데, 매번 완벽한 세팅 속에 플레이를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 부분에서 다른 공격수들이나 모마가 시즌 중에 혼돈이 많이 왔던 것 같다. 찾고, 찾고, 또 찾고 하는 과정이다. 지금은 딱 한 타이밍을 픽스를 해서 플레이오프까지 그렇게 맞춰가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봄 배구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플레이오프 승자를 느긋하게 기다렸다. 올 시즌은 다르다. 25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3전2승제)에서 정관장과의 맞대결을 펼쳐 이겨야만 흥국생명과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수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냐고 묻자 김다인은 “지난 시즌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긴 했지만,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1위 싸움을 해야 했다. 올 시즌은 정규리그 1위는 놓쳤지만, 마지막 6라운드에 이미 순위가 결정돼 여유롭게 치르고 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담은 덜 한 것 같다. 플레이오프에서 세 팀이 ‘빡’ 붙는 느낌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