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올해 들어 학습지 구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아이에게 필요한 학습 서적을 구매해 조금씩이나마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A씨는 “물가도 오르고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식비나 생활비를 줄이기는 어려워 아이 교육비를 줄이기로 했다”며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직접 가르칠 수 있지만 나중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부터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올해 들어서도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요 소비 업종의 카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 소비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교육비 매출마저 4년 만에 감소하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1월 카드 승인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 관련 대부분의 업종에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타격을 받았던 숙박·음식점업의 카드 매출은 올해 1월 12조7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00억원가량(1.8%) 줄었다.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운수업으로 지난해 1월 1조7800억원에서 올해 1월 1조6500억원으로 7.6% 줄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6조700억원→6조100억원)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조원→9800억원)의 매출도 각각 1.1%, 1.7% 감소했다.
특히 어지간해서는 줄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교육서비스업의 카드 매출도 1조74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 감소했다. 교육서비스업 매출에는 유치원과 정규교육 기관, 사설학원, 기술 및 직업훈련학원 등이 포함된다. 통상 교육비는 가계 소비를 줄일 때 마지막 고려 항목으로 여겨진다. 교육서비스업의 카드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줄어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 1월(-12.5%)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모들이 교육비마저 줄였다는 것은 소비심리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숙박·음식점업(-0.7%),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2.7%)만 카드 매출이 감소했다.
당시 숙박·음식업점의 카드 매출은 13조7900억원으로 2023년 12월(13조8900억원) 대비 1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통상 연말이 송년회 등으로 특수를 맞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계엄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와 함께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취미생활 쪽에서도 지출을 줄이는 등 위축된 소비심리가 올해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세금 및 공과금의 영향으로 1월 전체 카드 실적은 1년 전보다 3.2% 늘어난 10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승인 건수는 22억900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