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지수가 2022년 9월 이후 최대인 4%나 하락하며 미 경제계에 충격파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주가가 폭락해서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나스닥지수가 2% 이상 하락한 날이 6회에 달하는 등 이미 시장에 변동성은 확대된 상황이다. 오히려 이번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확산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대통령 본인의 인정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미 경제계에 본격적인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

하루 전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 공포 확산의 방아쇠가 됐다.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관세 정책 등 ‘무역전쟁’을 밀어붙이겠다는 경제주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 선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미 경제의 침체 신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역대급 활황세를 이어갔던 미 증시는 기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1월21일 1만9756.78을 기록했던 나스닥지수는 1만7468.32로 11.58%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049.24에서 5614.56으로 7.1% 내렸다. 특히 지난해 미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던 7개 거대정보기술(빅테크) 기업들인 ‘매그니피센트 7’은 이날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7740억달러(약 1129조원)나 사라지는 등 하향세가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주가가 무려 47.62%가 주저앉았고, 엔비디아도 취임식 이후 가장 주가가 높았던 1월23일 대비 27.34% 주가가 빠진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 알파벳도 모두 해당 기간 최고가 대비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앞다퉈 하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7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춘 데 이어 10일에는 골드만삭스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는 금융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미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날 공개한 2월 소비자 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미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 예상치 중간값은 3.1%로 전월 조사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2022년 중반 이후 지속된 하락 흐름이 끝내 반전됐다.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비관론도 확산 중이다. 1년간 가계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가구 비중은 27.4%로 1월의 21.0%보다 크게 늘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창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경제정책 등 치적을 자화자찬하는 게시물을 100여건이나 올리는 이례적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 폭락이나 불황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해명·반박하는 내용도 없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실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미국의 경제는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관세 문제를 부각한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어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던 핵심 참모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기초가 된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제언집 ‘프로젝트 2025’ 집필에도 참여한 인물이라 이번 문제제기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 확산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진화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2기 행정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로 그는 10일 방송에 출연해 ‘다른 사업들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단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그의 주장과 달리 머스크 CEO는 이미 막대한 개인자산 피해를 본 상태다.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주가 하락으로 무려 1480억달러(215조원)의 자산이 사라졌다. 이 매체는 머스크 CEO 외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공동 창립자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등 취임식에 참석한 세계적 갑부 5명에게서 사라진 자산 총액이 무려 2090억달러(약 30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