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美, 한국에 알리지 않고 ‘민감국가’ 검토 정황…조태열 “확정된 것 아냐”

기사입력 2025-03-11 17:21:11
기사수정 2025-03-11 17:21:10
+ -

미국이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하려는 정황이 있다는 소식에 국내 정치·외교가에는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려고 검토하는 동향에 대해 “비공식 제보를 받은 것을 갖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묻자 “(민감국가 분류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이 비공식 경로로 알게 된 것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자 미 에너지부가 다시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미국도 배경과 경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고, 아마 내부적으로 상황이 파악된 다음에 저희에게 의논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측 담당자가 공무상 부재 중인 등의 이유로 바로 확답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장관의 관련 답변은 일단 주미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감국가 검토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사전통보를 받거나 논의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조 장관은 답했다.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뜻한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이 분류 사유에 해당한다.

 

기존 민감국가 명단에는 중국, 러시아, 시리아, 북한, 이란 등이 포함돼 있어 “한국이 북한, 이란과 같은 분류가 되느냐”며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다. 한국이 여기에 거론된 데는 최근 한국에서 ‘핵 무장론’이 제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에너지부 산하 정부기구인 정부방첩국이 관리하는 이 명단에서 북한과 이란 등은 ‘테러지원국’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은 ‘위험국가’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에서의 근무 및 관련 연구 참여에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속할 경우 원자력·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미국 국립연구기관, 대학과 첨단기술 관련 연구에 참여하기도 더 까다로워진다.

 

한국의 유일한 공식 동맹국인 미국에서 사전 협의 없이 이러한 검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은 우려를 불러오기 충분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 간에는 ‘흔들리는 동맹’에 대한 염려가 끊이지 않아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