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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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나온 판사 공격…추미애, ‘尹 구속취소’ 법관에 “사법사 최악의 불명예”

기사입력 2025-03-11 22:00:00
기사수정 2025-03-11 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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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25부 재판장, 검찰총장 향해 “최악의 불명예”
중요 사건 재판마다 법관 ‘좌표찍기’ 일상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을 겨냥해 “사법사상 최악의 불명예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재판부가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인데 법관 개인을 향한 공격이 자칫 ‘좌표찍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형사25부는 윤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취소를 7일 인용했고 검찰은 이튿날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를 포기한 채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다.

 

추 의원은 지 부장판사를 두고 “내란 사건 가지고 70년 만에 첫 실험성 판결 내리며 검찰이 항고로 시정해 보라고 했다”고 했다. 심 총장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의 인권보호라며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은 따라야 한다고 풀어주면서 그러나 법원의 구속취소 이유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가당착도 유분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정의를 죽이고 내란 세력이 우습게 여기는 법질서에 다시 한번 폭탄을 투척해 기절시킨 당신들, 사법사상 최악의 불명예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취소로 석방된 8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중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내란 수괴 혐의 사건 1심 재판부의 재판장이다. 판사 3명으로 이뤄진 이 합의부 재판부에서 지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을 조율하고 배석판사들과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추 의원 역시 판사 출신임에도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만을 짚어 공세를 가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올 때 마다 법관 개인을 향한 좌표찍기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 개인에 대한 도 넘은 비난이나 ‘신상털기’가 이어졌고, “재판관을 처단하라”(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는 선동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을 찾아다니며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일도 대표적인 사례다.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중요 사건의 구속영장 심사 때에도 법관 개인을 향한 공격이 빈번히 발생한다. 2023년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 야당 의원은 담당 법관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학 동기이기 때문에 검찰이 ‘판사 쇼핑’을 한 거라며 개인적 학연 등을 부각했다. 다만 두 사람은 대학 동기가 아니었다.

 

당시 법원이 이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뒤엔 극우단체가 해당 법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현수막을 서초동 일대에 걸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같은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은 법원 결정을 법적 판단이 아닌 판사의 ‘정치적 결정’으로 깎아내린다는 측면에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를 저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