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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1000원 목전…원화만 약세인 이유는? [뉴스+]

기사입력 2025-03-12 16:15:03
기사수정 2025-03-12 1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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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며 주요국 통화가치가 올랐지만, 원화는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엔화대비 원화가치는 지난해 100엔당 850원에서 어느새 1000원 선을 위협하고,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50∼1460원대의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위험회피 심리 속에 국내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1일∼3월10일 사이 미 달러 가치는 4.1% 하락한 반면 일본 엔화는 5.3%, 유럽 유로화는 4.4%, 영국 파운드화는 3.3% 각각 올랐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 타겟이 된 멕시코 페소화와 캐나다달러, 중국 위안화도 각 1.6%, 0.7%, 0.6%씩 상승했지만, 원화는 0.0%에 머물렀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 엔화 등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백봉현 외환시장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및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 강화돼 원화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해외증권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은 빠져나가는 수급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엔화는 최근 아시아 통화 중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6월 말 850원대로 바닥을 친 후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과 함께 추세적으로 상승해 1000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11일 오전 995.09원까지 올랐는데, 2023년 4월27일(1000.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수석연구원은 “엔화는 미국과 일본 금리차가 중요한데, 미국의 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1월에 이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10년물 금리가 많이 올랐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며 미·일 금리 차가 더 좁혀져 엔화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높인데 이어 올해 1월 다시 0.5%로 인상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지난 5일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움직이면 정책금리를 계속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선 BOJ가 7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1.5%까지 상승했다. 


반면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주간거래 기준)는 1451.0원으로, 전날보다 7.2원 내렸지만 여전히 1450∼6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관세가 유예된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교역국으로 지목하는 등 아직 관세 공격 영향권에 있는데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 수석연구원은 원화는 “한국은 경기가 안좋아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데다 정치·경제 리더의 부재로 독일처럼 경기부양도 못하고 트럼프와 협상도 할 수 없어 원화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 상태”라면서 “탄핵심판 등 정치 일정과 관세 이슈가 안정돼야 하므로 상반기는 지나야 원화도 달러 약세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는 원·엔 환율은 930∼970원,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