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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의 북한군 포로, 꼭 국내로 데려와야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기사입력 2025-03-12 16:42:54
기사수정 2025-03-12 16: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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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이 대규모 군대를 보낸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2024년 10월이다. 당시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며 그 규모가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6·25 전쟁 이후 북한군이 실전에 투입된 것은 70여년 만에 최초인 만큼 우려가 컸다. 각종 첨단 무기를 제치고 드론(무인기)이 전쟁터의 새로운 총아(寵兒)로 부상한 가운데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대 전쟁의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경우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소속으로 전선에 투입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와 면담하고 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벌써 3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강력한 우크라이나군과 맞닥뜨린 북한군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군)은 1만2000명을 여기에 보내 이미 4000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 장병 2명이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사실이 공개됐다. 북한군이 포로 발생을 막기 위해 ‘적군에 붙잡힐 것 같으면 자폭하라’는 반인륜적 명령까지 내린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일이라고 하겠다.

 

국내 언론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가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병사 리모(26)씨와 인터뷰한 뒤 이를 보도했다. 리씨는 파병 과정에 대해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러시아에 왔으며)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북한) 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고도 했다. 그가 행여 포로 교환 등으로 북한에 보내진다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자국 젊은이들을 이역만리 사지에 몰아넣고 그렇게 해서 번 외화로 핵무기·미사일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김정은 체제의 비인간성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클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 무사드 빈 모함메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가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두 나라는 30일 동안 휴전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수용을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우크라이나 양자회담에선 포로 교환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에 따라 포로는 본국 송환이 원칙이며 우리 헌법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행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제 우리 정부가 나설 차례다. 우크라이나 및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북한군 포로를 반드시 국내로 데려올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